"'만선' 꿈꾸는 우리는 인생의 패자, 그렇다고 희망 놓을 순 없어"

국립극단 연극 '만선' 주연 배우 김명수·정경순
2021년 공연서 열연…호평 힘입어 앙코르 결정
숙명·신념 다룬 사실주의 연극으로 깊은 공감
"젊은 배우들 합류, 지난 공연과 또 다를 것"
  • 등록 2023-03-16 오전 5:10:00

    수정 2023-03-16 오전 5:1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우리는 힘겨운 인생을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하지만 매번 지기 마련이죠.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번 무대가 오히려 희망으로 다가갈 겁니다.”

무대 위로 쏟아지는 거대한 비바람과 함께 강렬함을 선사했던 연극 ‘만선’이 주연 배우 김명수(57), 정경순(60)과 함께 다시 돌아온다. 관객 호평에 힘입어 국립극단의 2023년 시즌 첫 작품으로 16일부터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최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김명수, 정경순을 만나 2년 만의 앙코르 공연을 앞둔 소감과 이번 공연의 관람 포인트를 들었다.

국립극단 연극 ‘만선’에 출연하는 배우 김명수(오른쪽, 곰치 역), 정경순(구포댁 역)이 최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만선’은 극작가 천승세(1939~2020)의 대표작 중 하나다. 1964년 국립극장 희곡 현상공모에서 당선돼 같은 해 7월 초연했다. 국립극단 창단 70주년 기념작으로 2020년 공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1년 뒤인 2021년 관객과 만났다. 김명수, 정경순은 평생 배 타는 일밖에 몰랐던 어부 곰치와 그의 아내 구포댁 역을 각각 맡았다.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생의 의지를 놓지 못하는 강인한 캐릭터로 열연하며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두 배우는 드라마와 영화로 친숙하다. 배우 활동의 시작은 연극 무대에서였다. 무대를 통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지만 상대역으로 만난 건 ‘만선’이 처음이었다. 김명수는 “배우로서 파격적이고 격정적인 서사의 작품을 선호하는데 ‘만선’이 딱 그런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정경순은 “‘만선’은 정말 해보고 싶었고 기록에 남기고 싶은 고전이었다”고 덧붙였다.

연극 ‘만선’의 2021년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작품은 작은 섬마을이 배경이다. 빚을 갚기 위해 거친 파도에도 바다로 나갈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무력한 현실과 삶의 터전이었던 바다를 향한 고집스러운 자부심 탓에 파멸해가는 가정의 처절한 모습을 동시에 그려낸다. 어촌마을과 바닷가의 비바람을 생생하게 구현한 무대, 극 말미 무대에 휘몰아치며 객석을 압도하는 5톤(t)의 비가 백미로 손꼽힌다.

요즘 연극계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사실주의 연극이라는 점이 ‘만선’만의 차별점이다. 60년대에 발표된 희곡이지만 잔인한 현실 속에서 절망을 느끼는 인물들의 현실적인 모습은 지금 관객에게도 큰 울림을 전한다. 2021년 공연에선 사실주의 연극이 낯선 젊은 관객들도 작품에 대한 좋은 반응을 보였다.

“사실 우리는 어떻게 보면 인생의 패자죠. ‘만선’은 현실을 이겨내려고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깊은 연민이 느껴지는 작품이에요. 답답한 시스템에 어떻게든 부딪혀 싸우는 일은 지금 일상에서도 흔한 이야기니까요. 곰치가 울부짖는 모습이 관객에게는 희망으로 다가갈 거예요.” (정경순)

“‘만선’은 숙명과 신념에 대한 이야기예요. 이번 공연에서는 인물들이 현실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만이 아니라 그런 현실을 이겨내려고 하는 질박한 모습을 조금 더 보여주려고 해요. 특히 여성 캐릭터들이 지난 공연보다 더 강인하게 그려질 겁니다.” (김명수)

국립극단 연극 ‘만선’에 출연하는 배우 김명수(오른쪽, 곰치 역), 정경순(구포댁 역)이 최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김명수, 정경순 외에 김재건, 김종칠, 박상종 등 관록 있는 배우들도 이번 공연에 출연한다. 국립극단 시즌 단원인 황규환, 문성복, 강민지, 성근창 등이 새롭게 합류해 세대를 초월한 연기의 합을 보여줄 예정이다. 김명수, 정경순은 “젊은 배우들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작품의 결이 또 달라졌다”며 “지난 공연이 현실 앞에서 좌초되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 공연은 젊은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변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두 배우는 앞으로도 꾸준히 연극 무대를 찾을 계획이다. 김명수는 “어떤 배우는 매체에서 에너지를 얻는다지만 나는 오히려 무대에서 에너지를 얻는 편”이라며 “나에게 무대의 삶과 매체의 삶은 전혀 다르기에 같이 가져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경순은 “이번 ‘만선’을 계기로 앞으로는 젊은 연극인들과도 다양한 작업을 해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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