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은 병사 아닌 근로자들이었다. 1970~1980년대의 중동 건설 붐이다. 철이 아빠도 영희 삼촌도 중동으로 갔다. 가수 현숙도 노래했다. “낯선 곳 타국에서 / 얼마나 땀 흘리세요 / 오늘도 보고파서 / 가족사진 옆에 놓고 / 철이 공부시키면서 / 당신만을 그립니다”라고. 사막에서 모래 먼지 마시며 땀 흘려 벌어들인 오일머니 덕에 사글세가 전세로, 전세가 마이하우스로 바뀌었다. 나라 살림도 좋아졌다.
오일머니가 가난한 나라를 먹고 살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이제 선진국 반열에 든 대한민국에 오일머니를 벌어들일 또 다른 기회가 열리고 있다. 달라진 국격만큼, 이번엔 근로자들의 땀이 아니라 첨단 기술력의 승부이다.
오일머니 창고의 문은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으로 열렸다. 지난 1월 15일 UAE와 체결한 수자원협력 MOU(양해각서)에 따라 아랍에미리트 수전력공사(EWEC)가 발주하는 1조 110억원 규모의 해수담수화 사업을 한국 기업이 수주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UAE는 현재 슈웨이하트4 및 아부다비 아일랜드(아부다비), 하샨 1단계(두바이), 함리야(샤즈자) 등 총 4개 약 2조원 규모 해수담수화 시설 사업을 입찰 중이거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 기업 진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담수화 시장은 2018년 18조 5000억원에서 2024년 25조 8000억원 규모로 연평균 5.7%의 고속성장을 예상한다.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등 만성적 물 부족 국가들에 우리가 태극기를 꽂을 곳이다. 환경부가 올해 녹색산업 수주 목표를 20조원으로 잡은 것은 시의적절하고 센스 있는 판단이다.
분야별 기술사, 박사 전문가가 다수 확보돼 있고 전문성이 있는 물관리 전문 공기업에 집중해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수주사업에 기술 지원과 기술력이 검증된 중소 벤처 기업과의 유기적 연계 시스템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전문성을 갖춘 엔지니어 사령탑이 필요하다. 아울러 동반성장제를 이용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업을 통해 주요설비 국산화 기술을 확보, 수출까지 염두에 두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구 전체 면적의 약 71%인 3억 6000만㎢가 바닷물이다. 이 바닷물의 이용에 무한한 경제적 잠재력이 있다. 우리는 이번 에미리트 해수담수화 사업을 계기로 무한한 황금시장의 문 앞에 서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한마음으로 이 황금시장을 열어야 한다. 우리 후손들의 풍요로운 미래가 지금 우리 노력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