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만만치 않은 한 해가 예상된다. 내년 평균 환율은 올해보다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돌발 달러 강세’ 전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에 외환시장이 환호할지, 고금리 장기화가 ‘경기 침체’ 압박으로 이어질지에 따라 환율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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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나흘 연속 하락, 전 거래일(1267.0원)보다 2.5원 떨어진 1264.5원에 거래를 마쳤다. 1년 전(1188.8원) 대비 75.7원 올랐다. 작년 환율 상승폭(102.5원)보다 덜 오른 것이다. 달러인덱스가 올 들어 9.2% 가량 올랐는데 환율은 6.4%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최근 두 달여간의 환율 하락 흐름과 달리 원화는 올해 내내 약세(환율 상승) 압력에 시달렸다. 올해 평균 환율은 1292.2원으로 1998년(1395.0원) 이후 2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 가치는 작년보다 11% 폭락해 2009년(-14%) 이후 가장 크게 떨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980년 이후 가장 빠른 정책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달러인덱스가 9월말 110선까지 치솟으며 20년래 최고치를 보였다. ‘환율 상승’ 기대에 달러 매도를 미루기 시작하면서 환율은 10월 25일 장중 1444.2원까지 뛰어올랐다.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최고치다. 원화는 고가 기준(1444.2원) 작년말 대비 17.7%나 급락했다. 주요국 통화 중 파운드화(-24.9%), 엔화(-24.3%) 다음으로 약세폭이 가장 컸다. 장중 고가(1444.2원)와 저가(1185.6원·1월 14일)의 차이가 258.6원에 달하는 등 변동성이 컸다.
폭풍우는 빠르게 지나갔다. 1400원대 환율은 여러모로 따져봐도 오버슈팅(Overshooting·과도한 폭등)이었다. 9월 7% 가까이 올랐던 환율이 11월 7.4% 급락했다. 11월 11일엔 환율이 하루 동안 무려 59.1원이나 폭락했다. 2008년 10월 30일 177원 폭락한 이후 가장 크게 하락한 것이다.
변정규 미즈호은행 전무는 “일본 완화적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 유럽중앙은행(ECB)의 내년 양적긴축(QT) 등으로 달러인덱스가 빠르게 하락했다”며 “달러가 더 오를 것이란 심리에 달러를 안 팔고 버티면서 환율이 1400원대로 진입했으나 더 이상 오르기 힘들다는 인식으로 달러 매도 물량이 출회됐다”고 말했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6월 9.1%에서 11월 7.1%로 하락한 것도 달러 초강세를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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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달러 약세냐 vs 돌발 강세냐
변정규 전무는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원화 강세가 강해지며 환율이 1200원대의 안정적 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경기침체 우려 등에) 1100원대를 보긴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연준이 높은 수준의 금리를 오랜 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시장의 초점이 ‘경기침체’에 맞춰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최근 ‘2023년 글로벌 경제여건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경우 시장의 관심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및 심각성에 집중하게 될 것이고 이때부터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화 매력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환율이 1300원 중반대까지는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다고 올해처럼 140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의 5%대 경제성장률 전망, 일본은행(BOJ)의 완화적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 등으로 위안화, 엔화가 올해보다는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도 위안화, 엔화 강세에 어느 정도 동조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