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종부세법은 투기 억제 및 주거생활 안정 등을 위해 다주택자 중과 제도를 추가했다. 그럼에도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자 지난해부터 중과세율을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해 7.2%로 대폭 인상했다.
종부세 인상 결과 주택분 종부세수는 2017년 3878억원에서 2021년 4조4085억원으로 4년 동안 무려 11배나 폭증했다. 다주택자 관련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세부담 역시 가혹할 정도로 상승했다.
현행 종부세법은 대한민국 헌법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국회는 다수결 요건을 충족한다면 특정 국민 집단을 지목해 아무런 제한 없이 특별히 불리하게 다룰 수 있는가. 이때 해당 집단의 의사는 법률에 대항하는 것으로서 무시돼야 하는가. 그렇다면 어느 집단이라도 다음 차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국회는 2주택 이 소유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가. 조세를 통해 주택 처분을 강제하는 것은 가능한가. 종부세법에 따라 주택을 처분해도 그 처분에 다시 새로운 불이익에 주는 것은 정당한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자체가 투기 억제 및 주거생활 안정 등에 기여하는가.
다주택자가 다른 국민의 주거를 침탈하고 있는가.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납세자의 능력 정도는 무시해도 되는가. 조세를 통한다면 정당한 보상 없이 주택을 수용할 수도 있는가. 다음 차례는 상가, 토지, 주식 등인가. 과거 정당한 주택 취득이 새로운 징벌적 불이익의 원인이 되는 것은 정당한가.
특정 집단을 차별하기 위해선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수단 역시 적합해야 한다. 법률이라도 자의적으로 특정 집단을 차별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다주택자가 국가에 끼치는 해악이 무엇인지, 다주택자 중과로 인해 실현될 수 있는 공익이 있는지, 공익이 있더라도 현행 세부담이 그 공익과 균형을 이루는지, 주택의 경우에만 복수 소유를 징벌적으로 취급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합리적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헌법 119조 1항). 다만 국가는 적정한 소득의 분배 및 경제력의 남용 방지 등을 위해 시장경제에 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헌법 119조 2항).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는 시장경제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시장경제에 대해 제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재산취득행위가 사후적 반시장적 행위로 전환될 수는 없다.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헌법 13조 2항).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헌법 23조 3항). 조세는 보상 자체를 전제하지 않는다.
조세를 통해 공공필요 등 정책목표를 실현하려는 시도는 재산권 제한에 관한 헌법 원칙을 회피하는 수단을 제공한다. 조세가 납세자의 담세능력 등을 기준으로 그 원칙에 부합되도록 부과돼야 하는 이유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헌법 37조 1항).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헌법 37조 2항).
특정 재산을 사실상 소유하지 않는 상태로 만들거나 추가적 불이익마저 받을 위험을 야기한다면 이는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다.
조세는 국민의 재산을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징수한다. 잘못 행사되는 과세권은 국가적 폭력일 수 있다. 종부세법이 헌법에 던진 많은 질문에 대해 깊이 성찰할 시점에 이르렀다.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종부세제의 합리적 개편이 이뤄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