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골프존카운티 상장심사…MBK 자금회수 수월할까

[마켓인]심사청구 3개월 경과…아직 무소식
금리인상·경기둔화 여파로 증시 불안
IPO 투자심리 급랭으로 철회기업도 잇달아
최대주주 구주매출 계획도 IPO엔 악재
상장 흥행 여부는 공모가에 달려
  • 등록 2022-07-31 오전 9:20:00

    수정 2022-07-31 오전 9:20:00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올해 대어 중 하나로 꼽혔던 골프존카운티의 상장 예비심사 결과가 늦어지면서 일정대로 증시에 입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을 철회하는 등 대어급 예비상장사들이 기대했던 몸값과 시장의 평가간 간극을 좁히지 못해 증시 문턱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다.

특히 골프존카운티의 경우 주요 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구주매출에 나설 예정이어서 예비심사를 통과하더라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개월 지났는데 결과는 아직…상반기 실적 보고 심사

30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골프존카운티에 대한 상장 예비심사는 상반기 실적 집계가 끝난 후 8월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골프존카운티는 지난 4월22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상장 주선은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모건스탠리증권이 맡았다.

예비심사청구부터 승인까지는 보통 2개월(45영업일)이 걸린다. 이를 고려하면 늦어도 6월 말에는 심사 승인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예비심사청구를 한) 업체들이 많으면 심사기간이 길어진다”며 “최근엔 심사에 3개월 이상 걸린 경우가 일반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8월 중 거래소에서 (상장 예비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관계자는 “8월경 골프존카운티의 올 상반기 결산실적이 나오면 심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며 “회사가 골프장을 위탁운영하는 경우도 있어서 영업의 지속성 여부를 살펴보고, 그에 따라 이번 반기실적이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기 실적은 나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코로나19로 해외 골프여행이 막히면서 국내 골프장 찾는 수요가 늘었고, MZ세대와 여성 골퍼 유입으로 골프장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존카운티는 전국 18개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10곳은 직영이고, 8개는 임차다.

실제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12억원이었던 골프존카운티의 영업이익은 2019년 381억원, 2020년 620억원, 2021년 1048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지난 상반기만 해도 골프존카운티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기업가치가 최소 2조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MBK 구주매출이 발목 잡을까

예비심사를 통과해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과 일반 공모청약에서 흥행할지는 미지수다. 시장도 얼어붙었지만 주요 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구주매출 계획 때문이다.

골프존카운티는 스크린골프 사업으로 유명한 골프존뉴딘그룹이 골프장 부문을 인적분할해 2018년 1월 설립됐다.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 MBK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MBK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골프인프라투자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골프존카운티 보통주(47.24%)와 전환우선주(5.51%)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3월 액면분할 이후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전환우선주(CPS)는 우선주를 사전에 협의한 수량의 보통주로 전환할 권리를 보유한 우선주다.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비율은 1주당 10주로 전환을 통해 한국골프인프라투자는 보통주 54.8%를 확보하게 됐다. 잔여 우선주 지분율은 3.5%다.

MBK는 한국골프인프라투자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일부를 상장시 구주매출을 통해 현금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존카운티의 영업실적이 워낙 좋았던 만큼 상장을 신규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기보다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계획은 상장 절차를 진행하면서 골프존카운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구주매출 비중이 높으면 공모자금이 기업보다 대주주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IPO시 악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IPO 시장도 위축…공모가 수준이 관건

증시가 위축되면서 IPO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거나 원하는 공모가 수준이 나오지 않아 IPO를 철회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최근 삼수에 도전했던 현대오일뱅크가 결국 상장을 철회했고, 상반기에만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대어급들이 잇달아 증시 상장을 포기했다.

하반기 여건은 더 녹록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6월, 7월에 2개월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p)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써 미국 연방기금금리(FFR) 목표치가 현행 1.50~1.75%에서 2.25~2.50%로 올랐다. 미국 금리 상단이 한국 기준금리인 2.25%를 넘어섰다. 이같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올라서 증시에 개인 투자자들이 들어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상장을 해도 흥행이 잘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골프존카운티의 사업적 매력도가 높기 때문에 공모가 수준을 합리적으로 책정한다면 무난히 상장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골프를 치는 사람이 급격히 늘면서 그린피가 치솟고 있고, 이는 회사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 증권사의 IPO 관계자는 “상장할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이고, 가격이 얼마나 합리적이냐가 흥행에 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MBK 관계자는 골프존카운티 상장 지연 가능성에 대해 “회사가 이미 상장절차를 밟고 있는데, 주주가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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