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기존 대형 식품기업과 유통사들이 직급이 낮은 젊은 MZ세대 직원들에게 내부 의사결정권을 부여하거나 주요 사업 관련 역할을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젊은 조직인 스타트업 못지않은 과감한 실험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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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최신 유행에 민감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유통시장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유통업계가 MZ세대의 소비 심리와 트렌드를 적극 공략하기 위해 젊은 감각과 상상력이 풍부한 MZ세대 직원들을 내세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혁신을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구매력이 있는 중장년층의 소비가 두드려졌던 고가의 명품 시장의 경우, 최근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롯데백화점 45.4%, 신세계백화점 50.5%, 현대백화점 48.7%를 기록하는 등 이미 판도가 바뀌고 있다.
CJ(001040)그룹은 올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하며 MZ세대를 위한 눈높이 전형을 새롭게 시도했다.
남양유업(003920)은 최근 20년 이상 고연차 직원들 대상 희망퇴직 단행과 함께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키로 했다. 신입 공채 과정에서 기존 면접과정과 달리 MZ세대와의 공감·소통을 위해 분야별 MZ세대 직원들을 서류심사 및 실무진 면접관으로 참여시킬 예정이다.
롯데백화점도 올 상반기 신입 공채를 진행하며 주도적인 MZ세대 인재를 적극 선발하기 위해 채용 프로세스를 전면 개편했다. 기존에는 실무 10년차 이상의 간부 사원들만 면접관으로 참여해왔지만, 이번 채용부터 실무 3~5년차 MZ세대 사원들도 면접관으로 참여한다. 같은 MZ세대의 시각에서 유통업계에 대한 이해와 열정을 지닌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를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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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뿐만 아니라 회사의 핵심사업에도 MZ세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MZ세대 직원들이 주축으로 활동하는 식품 사내 벤처기업 ‘이노백(Inno 100)’을 활성화 시키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10월 사업화 승인을 받은 뒤 사내 독립기업으로 분리해 MZ세대 직원 6명이 운영하고 있다.
최근 전 세대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롯데홈쇼핑의 캐릭터 ‘벨리곰’도 MZ세대 직원들의 작품이다. 지난 4월 롯데월드타워 야외 광장에 전시한 15m 크기의 조형물과 사람 크기의 벨리곰은 전시기간동안 약 325만명이 찾는 등 인증사진 명소가 됐다. 롯데면세점은 고객 유입 확대를 위해 내달 31일까지 서울 명동본점에서 벨리곰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벨리곰은 당시 롯데홈쇼핑 입사 2년차 사원이 낸 아이디어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채택되면서 탄생했다. 한 명으로 시작한 벨리곰 전담은 올 초 캐릭터사업팀으로 재편돼 마케팅본부 내 미디어사업 부문으로 배치됐다. 7명 팀원 모두 MZ세대다. 벨리곰은 SNS에서 이미 110만명의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시기에 비대면 소비문화가 급격히 발달하면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가 국내 소비시장의 ‘운전수’이자 ‘멘토’가 됐다”면서 “기업들이 MZ가 주축이 된 소비재 시장 공략과 미래 대응을 위해 젊은 직원들이 직급과 관계없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주도적인 사업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변화하는 등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