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경고' 받은 공기업 임직원들 '기관장 교체되나' 촉각

2024년까지 임기 남은 기관장 조기 교체 가능성에 '촉각'
'정부 정책 따른 것뿐인데 호화 청사라니…' 볼멘소리도
  • 등록 2022-07-01 오전 4:30:44

    수정 2022-07-01 오전 4:30:44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30일 정부로부터 재무 경고(재무위험기관 선정)를 받은 한국전력공사(015760) 등 14개 공기업 임직원은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윤석열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파티는 끝났다’며 공기업에 대한 혁신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임직원 사이에선 정부의 이번 경고가 자사 사장 조기 교체의 신호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공기업 고위관계자는 “일단 재무위험기관으로 낙인 찍혔으니 앞으로 노력 여하에 따라 기관장을 물러나게 할 수도 있다는 것 아니겠나”라며 “새 정부 방침에 따라 재무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며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예전처럼 일괄 사표를 받을 순 없지만,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해임 건의를 하는 방식은 유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엔 정권 교체 후 기관장들이 자진해서 사퇴하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2017년 말 ‘환경부 블랙리스트’(환경부가 산하 공공기관 사직을 종용해 유죄를 받은 사건)가 터진 데 이어 검찰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조사하고 있어 현 정부로도 함부로 움직이긴 어렵다. 이번에 경고를 받은 14개 공기업 중 11곳의 기관장 임기는 2년 뒤인 2024년 끝난다.

정부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재무 부실 원인의 상당 부분은 에너지 전환과 과거 해외 자원개발, 공공요금 억제 같은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는데 마치 공기업이 방만했기 때문인 것처럼 몰아가는 현 분위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라고 해서 옮겨놨더니, 이젠 호화 청사라며 매각을 검토하라고 한다”며 “정권 교체 때마다 늘 있던 일이어서 새로울 건 없지만, 그때마다 사기가 떨어지는 건 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경고를 받은 곳 중 5곳은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S(우수)·A(양호)를 받았다. 재무 관리나 정책 수행 능력을 그만큼 인정받았으나 이번 부실 경고는 피해 가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경고받은 한전과 6개 발전사는 임원과 1직급 이상은 국제 에너지시세 폭등 고통분담 차원에서 성과급을 전액 반납하기도 했다.

정권 교체기 때마다 크고 작은 잡음이 이는 만큼 차라리 공석일 때가 제일 나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전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은 한 명 때문에 기관 전체가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고 새 기관장이 오면 보여주기식 사업을 벌이느라 어수선하다”며 “차라리 본연의 업무 효율은 기관장 공석일 때가 제일 나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고를 받은 14개 기관 중 3개 기관은 연내 기관장이 바뀔 전망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미 올 4월 현 정재훈 사장 임기종료하며 현재 임원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를 추리고 있다. 채희봉 한국가스공사(036460) 사장은 오는 7월8일,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071320) 사장도 오는 9월30일 각각 임기가 끝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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