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도전 만에 집권여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 자리를 꿰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3년 전 앞서 성남으로 올라간 아버지를 따라 나머지 가족도 모두 상경했다. 1976년 2월이었다”며 “내 출신 성분은 공구로 가득했던 그날의 이삿짐만 보아도 분명했다. 시쳇말로 흙수저도 못 되는 무수저”라고 했다.
화전민 집안에서 태어난 소년공이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마침내 대선 후보로 우뚝 선 이 후보는 입지전적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다. 소년공 시절, 야구 글러브 공장에서 프레스 기계 사고로 다친 왼쪽 팔은 지금도 곧게 펼 수 없다. 독한 약품 탓에 일부 후각도 잃었다. 얼마나 형편이 어려웠던지, 어머니인 고 구호명 여사는 아들의 생일을 잊어버릴 정도여서, 취학 때문에 역술인을 찾아 생일을 새로 정할 정도였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3대 무상복지 정책`(청년배당, 무상산후조리지원, 무상교복지원)을 발표한 것도 어린 시절 “공장에 다니느라 교복을 입어보지 못했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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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無)수저 출신 비주류…`이재명은 합니다` 구호 신뢰감 지지도로
`백`없이 오로지 노력과 실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덕분에 이 후보가 내세우는 `공정`에는 신뢰감이 뒤따른다. 강력한 추진력과 실행력도 정치인으로서 이 후보가 가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민주당 지도부와의 신경전 끝에 전 경기도민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관철하고, 코로나19 사태 초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종교시설을 강제 폐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후보는 지난 2017년 발간한 자서전 `이재명은 합니다`에서 “나는 겁이 없다. 살아가면서 어지간한 일에는 눈도 깜빡하지 않는다. 날 때부터 강심장이어서가 아니라 인생의 밑바닥에서부터 기어 올라왔기 때문”이라며 “정치에 입문한 뒤에도 그 이전에도 나는 옳지 않은 일을 맞닥뜨릴 때마다 저항했다. 그 상대가 누구이든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았다”고 썼다.
비주류인 탓에 `친문`(친 문재인) 진영은 아니지만 개혁·진보 정체성이 분명한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사회·경제적 복합 위기의 상황에 맞닥뜨린 대전환의 시대에서 강력한 이미지를 가진 지도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권양숙 여사는 지난달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이 후보에게 “가장 많이 닮은 후보”라며 “이것저것 재거나 복선을 깔지 않고, 국민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게 시원시원하게 간단명료하게 표현하는 메시지(가 닮았다)”라고 했다고 배석한 전재수 의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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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이미지 동전의 양면…`정권 재창출론` 높지만 차별화 부담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론`이 `정권 재창출론` 보다 여전히 높게 나타나는 것은 부담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57%로, `여당 후보 당선`(33%)을 크게 앞섰다. 작년 8월 이후 매달 실시한 조사에서 격차가 최대로 벌어졌다.
하지만 임기 말 국정 지지율이 40%대에 육박하는 현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 행보에 나서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구 권력` 사이의 파워 게임 양상으로 비칠 경우 지지층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의 경우, 이 후보가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양상을 띠지 않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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