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수저 비주류에서 집권여당 대선후보 도약[李·尹 진검승부]

`이재명은 합니다` `공정` 슬로건 대중 신뢰감
대전환 시대 강력한 추진력과 실행력은 플러스 요인
지지도 만큼 높은 비호감도…외연 확장, 차별화 과제
  • 등록 2021-11-08 오전 5:10:00

    수정 2021-11-08 오전 5:10:00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흙수저` 보다 더 낮은 `무(無)수저`….

지난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도전 만에 집권여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 자리를 꿰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3년 전 앞서 성남으로 올라간 아버지를 따라 나머지 가족도 모두 상경했다. 1976년 2월이었다”며 “내 출신 성분은 공구로 가득했던 그날의 이삿짐만 보아도 분명했다. 시쳇말로 흙수저도 못 되는 무수저”라고 했다.

화전민 집안에서 태어난 소년공이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마침내 대선 후보로 우뚝 선 이 후보는 입지전적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다. 소년공 시절, 야구 글러브 공장에서 프레스 기계 사고로 다친 왼쪽 팔은 지금도 곧게 펼 수 없다. 독한 약품 탓에 일부 후각도 잃었다. 얼마나 형편이 어려웠던지, 어머니인 고 구호명 여사는 아들의 생일을 잊어버릴 정도여서, 취학 때문에 역술인을 찾아 생일을 새로 정할 정도였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3대 무상복지 정책`(청년배당, 무상산후조리지원, 무상교복지원)을 발표한 것도 어린 시절 “공장에 다니느라 교복을 입어보지 못했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1978년 야구 글로브 공장인 ‘대양실업’ 소년공 시절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모습. (사진=이재명 후보 측 제공)


무(無)수저 출신 비주류…`이재명은 합니다` 구호 신뢰감 지지도로

지난달 10일 후보 수락 연설에서 “불공정과 불평등,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까닭도 이 후보의 이런 성장 이력과 무관치 않다. 이 후보는 “지금 내가 하려고 하는 일, 하고 있는 일 모두 그 연장선에 있다. 그 일들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어서 치열할 수밖에 없고 포기할 수도 없다”고 설명한다.

`백`없이 오로지 노력과 실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덕분에 이 후보가 내세우는 `공정`에는 신뢰감이 뒤따른다. 강력한 추진력과 실행력도 정치인으로서 이 후보가 가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민주당 지도부와의 신경전 끝에 전 경기도민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관철하고, 코로나19 사태 초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종교시설을 강제 폐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후보는 지난 2017년 발간한 자서전 `이재명은 합니다`에서 “나는 겁이 없다. 살아가면서 어지간한 일에는 눈도 깜빡하지 않는다. 날 때부터 강심장이어서가 아니라 인생의 밑바닥에서부터 기어 올라왔기 때문”이라며 “정치에 입문한 뒤에도 그 이전에도 나는 옳지 않은 일을 맞닥뜨릴 때마다 저항했다. 그 상대가 누구이든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았다”고 썼다.

비주류인 탓에 `친문`(친 문재인) 진영은 아니지만 개혁·진보 정체성이 분명한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사회·경제적 복합 위기의 상황에 맞닥뜨린 대전환의 시대에서 강력한 이미지를 가진 지도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권양숙 여사는 지난달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이 후보에게 “가장 많이 닮은 후보”라며 “이것저것 재거나 복선을 깔지 않고, 국민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게 시원시원하게 간단명료하게 표현하는 메시지(가 닮았다)”라고 했다고 배석한 전재수 의원은 전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돌직구` 이미지 동전의 양면…`정권 재창출론` 높지만 차별화 부담

위기에 강한 이 후보의 `싸움닭` `사이다` 이미지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거침없는 `돌직구` 발언은 지지층에겐 시원함을 선사하지만, 무당층 등에겐 `거칠다``과격하다`는 인상을 줘 `불안한 후보`라는 비판에 시달리기도 한다. 특히 `형수 막말` 논란과 연예인 스캔들은 `주홍 글씨`처럼 따라다녀 20·30대 여성에게 비호감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욱하는 성격도 약점으로 꼽힌다. 당내 경선 토론회 과정의 `바지 발언`으로 거듭 사과를 해야만 했다. 경기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송영길 당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후보 인사청문회라 생각하라고 했다. 야당이 아무리 공격하더라도 국민에게 친절하게 설명한다는 자세로 임해달라고 했다”는 이 후보와의 통화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론`이 `정권 재창출론` 보다 여전히 높게 나타나는 것은 부담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57%로, `여당 후보 당선`(33%)을 크게 앞섰다. 작년 8월 이후 매달 실시한 조사에서 격차가 최대로 벌어졌다.

하지만 임기 말 국정 지지율이 40%대에 육박하는 현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 행보에 나서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구 권력` 사이의 파워 게임 양상으로 비칠 경우 지지층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의 경우, 이 후보가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양상을 띠지 않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공립 지적장애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방문, 학부모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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