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가속된 전세의 월세화는 토끼몰이 당하는 무주택 서민들의 딱한 현실을 상징한다. 지난 8월 한 달간 서울의 아파트 임대차 계약 1만4299건 중 월세가 낀 계약은 5783건으로 40.4%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달 35.8%에 비해서는 4.6%포인트, 전년 같은 달 31.0%에 비해서는 9.4%포인트나 늘어났다. 아파트 외 단독주택과 빌라까지 포함하면 임대주택 가운데 월세 비중이 더 높아 50%에 육박한다. 공급 쪽에서 집주인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흐름도 작용한 결과이지만, 수요 쪽에서 무주택 서민이 전세품귀 상황에서 주거비용이 더 드는 월세를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도한 채무증가를 막을 가계부채 관리는 필요하지만 대출 실수요자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금융 당국이 5~6%로 설정한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억제 목표부터 무리해 보인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그 증가율이 5% 이하였던 해는 2019년 한 번, 6% 이하였던 해도 2004·2012·2018·2019년 네 번뿐이다. 현실적인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 마련과 전면적인 주택정택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