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국민이 하루속히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지만 당장 쓸 수 있는 연구성과들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지영미 소장은 의사이면서 감염병 연구자, 관료 등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전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장 직무대리를 역임했으며,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본부에서 7년 동안 활동하기도 한 국제 보건 전문가다. 그동안의 경력을 인정받아 류왕식 전 소장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파스퇴르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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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식품 속에서도 항바이러스 효능을 찾기 위한 연구가 일부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기초과학연구원(IBS)와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연구팀은 도라지에 있는 ‘플라티코틴 D’ 성분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와 융합하는 과정을 차단해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세포실험으로 입증했다.
지 소장은 식품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일부 식품에서 항바이러스 성분을 찾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세포수준 연구에 머물러 있거나 임상 단계에서 거쳐야 할 난관이 많다고 지적했다. 지 소장은 “우리 연구소에서도 도라지 성분 등을 이용한 연구를 하기도 했지만, 아직 민간요법 차원에서 가능성 수준을 확인하는 단계”라며 “효과가 없다고 미리 단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임상, 임상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섣부른 기대는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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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계속 변이해 나가면서 델타변이주와 같이 강한 변이주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확진자수도 연일 최고 숫자를 경신하는 등 코로나19 상황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지 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강한 변이주가 전파되고 있고,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 전파가 일어나면서 인류의 백신접종 속도와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백신접종률이 완전 접종 10%, 1차 접종률 30% 정도로 높지 않기 때문에 빨리 백신접종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이주에 따른 기존 백신 효과에 대해서는 현 백신 접종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DNA백신의 경우 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스파이크 단백질 외에 다른 단백질을 목표로 하고 있고,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지원을 받아 백신을 개발하는 국내 한 회사는 변이주에 대한 백신개발 비용까지 지원받으면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5개 국내 기업이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에 도전하는 가운데 해외 임상 결과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국내자체개발 생산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지 소장은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하면서 긴급상황센터가 새로 생기고 신종 감염병 투자가 이뤄지면서 코로나19 발생에도 잘 대응했지만 연구개발 투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며 “신종 감염병 유행시기에 반짝했다가 줄어드는 투자가 아니라 백신, 치료제 개발까지 이어지기 위한 연구개발, 과학 분야에 장기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 소장은…
△1962년 서울 출생 △서울대 의대 학사, 영국 런던대 의료미생물학 석사·바이러스학 박사 △현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 △현 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 위원 △현 국제교류재단 보건외교특별대표 △현 서울대 의대 글로벌감염병센터 자문위원 △현 대한미생물학회장 △전 국무총리 보건분야 특보 △전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장 직무대리 △전 WHO 서태평양지역본부 예방접종프로그램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