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은 학점 인플레에 따른 성적장학금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장학금 지급규모를 줄이거나 폐지키로 했다. 이에 따라 장학금으로 비싼 등록금을 마련한 학생들은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학점 인플레는 향후 코로나19 시기에 취득한 학점의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점 4.3이 높은게 아니라니".. 혼란한 대학생들
학점 인플레가 현실화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학점 순으로 선발하는 기숙사 입주자와 국가근로장학생 등에서 변별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어서다.
중앙대에 재학 중인 유연서(24·가명)씨는 걱정해본 적 없었던 주거 문제에 직면했다.
유씨는 지난 1학기에 4.38(4.5점 만점)의 높은 학점을 받았지만 기숙사 입관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학점 순으로 입관이 가능한 중앙대 기숙사의 2학기 입관 가능 최소 학점은 4.42였다.
그는 “입학 후 지금까지 기숙사 입관 선발을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었다"며 "하지만 2학기에는 학점 인플레 때문에 어렵게 됐다. 집안 사정상 자취방을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성적 순으로 선발하는 국가근로장학생 역시 마찬가지.
학내 커뮤니티에서는 '국가 근로 신청한 사람 1학기 학점 적어보자'는 글의 댓글로 4.3~4.4 이상의 학점이 주를 이뤘기 때문. 이씨는 "떨어질 것을 대비해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학 "학점 인플레로 변별력 하락.. 성적 장학금 축소·폐지"
이런 가운데 인하대, 중앙대 등 일부 대학은 성적 장학금 축소·폐지 계획을 밝혔다. 성적 인플레로 인해 변별력이 사라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인하대와 명지대, 서울여대는 학과 수석에게 지급하는 전액 성적 장학금을 각각 33%, 30%, 50%로 축소해서 지급한다. 중앙대는 축소 비율을 밝히지 않았다. 단국대의 경우 2학기 성적장학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대학은 학점 인플레를 원인으로 꼽았다.
인하대 관계자는 “그동안 평점이 4.5인 재학생의 수는 한 학기에 500명 남짓이었지만 1학기는 1000명을 넘어섰다”며 “한 학기에 2000명의 학생들이 성적우수장학금 수혜를 받는데, 1학기엔 절대평가로 학생들의 성적이 크게 올라 변별력이 없어져 성적 장학금 비율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서울여대에 재학 중인 B씨는 "학교에서 '동석차가 다수 발생해' 성적 장학금 비율을 축소했다고 공지했는데 구체적으로 그 인원이 몇 명인지를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성적 장학금으로 학비를 충당했는데 다음학기 등록금을 어디서 마련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기 학점 신뢰 떨어질 수 있어.. 평가방식 엄밀성 높여야
한편 다수의 대학이 2학기 비대면 수업을 예고해 ‘학점 인플레’ 논란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153개 사립대학 중 81개교가 2학기에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전문가는 대학과 교수들이 공정한 평가방식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비대면으로 인한 부실 수업과 학점 인플레 현상 때문에 향후 학생들이 취업할 때 기업들이 코로나 시기의 학점을 신뢰하지 않을 여지가 있다”며 “비대면 수업에선 엄밀한 평가가 어려워 학생들이 불리하지 않도록 성적을 기존보다 후하게 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다가올 2학기에는 평가 방식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수들도 ‘교수학습 프로그램’ 등을 통한 다양한 교육·평가 방법을 연구·적용해 지난학기보다 평가의 엄밀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