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이주비 대출에.. 발 묶인 재건축·재개발

부동산 규제發 이주 대란
조합원 입주권도 주택으로 간주
2주택 분류돼 이주비 대출 막혀..사업 지연 불가피
서울 주택 공급 부족→향후 집값 불안 야기 우려
  • 등록 2018-12-05 오전 4:00:00

    수정 2018-12-05 오전 4:00:00

그래픽=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경계영 박민 기자] 내년 초 재건축 사업의 마지막 관문인 관리처분계획(착공 전 최종 재건축 계획안) 인가를 신청하려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136번지 일대 단독주택 재건축조합은 당초 계획이 틀어졌다. 이른바 ‘1+1’ 재건축을 희망하는 조합원이 사전조사에서 100가구를 훌쩍 넘겼지만 지난달 초 집계에선 20가구가량으로 확 줄면서다. 1+1 재건축은 중대형 주택 한 채를 가진 조합원이 재건축 후 중소형 두 채를 받는 방식이다.

문정동136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재건축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1+1 재건축이 갑자기 2주택으로 간주되면서 이주비 대출을 아예 못받게 됐다”며 “이주비를 받아 아파트 공사 기간 머물 집을 얻거나 세를 둔 경우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내줘야 하는데 대출이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 정비사업장에서 부동산 규제발(發) ‘이주비 대출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에서 이주비 대출 한도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종전 60%에서 40%로 축소한 데 이어 올해 9·13 대책에서 2주택 이상 보유자의 대출을 원천봉쇄하며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주비 대출 문제는 곧바로 재건축·재개발 사업 차질로 직결되는 분위기다.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당초 지난 9월로 잡았던 이주 시기를 내년 1월께로 미뤘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약속한 추가 이주비 대출 승인 문제가 조합 총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다. 방배 5·6구역 재건축 사업장은 증권사와 투자은행을 통해 부족한 이주비를 충당하려 했으나 금융당국 개입으로 무산된 이후 이주와 철거가 늦어지고 있다.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2주택 보유 세대는 청약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이주비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특히 1+1 재건축을 추진하던 정비사업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9·13 대책 이후 조합원 입주권까지 보유 주택으로 간주하면서 입주권 2개를 받는 1+1 재건축 조합원은 이주비 대출을 아예 못받아 이주를 못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 조합 모임인 주거환경연합의 김구철 조합경영지원단장은 “1+1 재건축을 취소하려면 사업시행변경 인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며 “그만큼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등 사업비 증가로 조합원 분담금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지연이 그렇잖아도 공급 부족 문제가 불거지는 서울 내 주택 공급 부족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택지 개발이 마땅찮은 서울에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외엔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이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내 위례신도시와 마곡지구를 제외하면 추가로 공급할 택지가 없어 결국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수밖에 없다”며 “주택 정비사업이 지연돼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면 향후 서울 집값이 또다시 들썩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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