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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PC 강제 셧다운 등으로 정시출근·정시퇴근에 착수했습니다. 일을 몰아서 해야 하는 연구개발(R&D)파트와 업무시간 대부분을 밖에서 보내는 영업직은 업무 특성에 맞게 ‘재량근로제’와 ‘간주근로제’를 적용했습니다.”
1일부터 시행한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 제약업계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이날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300인 이상 제약사는 협회 가입사 기준으로 유한양행(000100), GC녹십자, 한미약품(128940), JW중외제약(001060) 등 73여 곳이다. 업계는 지난 5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비하기 위해 TF를 구성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왔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제약업체의 대응은 일반 사무직은 △유연근무제 △집중근무시간 준수 △회의문화 개선 등 대동소이하다. 문제는 거의 대부분의 업무시간을 외부에서 보내는 영업직군과 함께 프로젝트에 따라 일이 비주기적으로 집중되는 연구개발직군, 생산직군이다.
간주근로시간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관리형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봉철 더원인사노무컨설팅 대표 공인노무사는 “간주근로시간제는 특정 출근 장소가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회사로 출근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근로시간 내 업무지시도 없어야 하고 일일보고나 방문지 체크 등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정 시기에 특정 의약품 생산이 집중되는 공장의 경우는 생산 특성을 감안해 대부분 제약사들이 탄력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생산본부는 기간을 평균해 2주 혹은 3개월(분기) 단위로 1주 평균 근로시간이 40시간이 되도록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GC녹십자(006280)는 공채를 통해 생산직 인력을 일부 충원해 놓은 상태다.
업계는 숙련된 인력이 중요한 제약업 특성 상 인력채용도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제약사 임원은 “생산시설이 자동화됐다고 해도 품질관리, 품질평가 등 사람의 손이 필요한 부분이 존재하는데 무턱대고 인력을 채용할 수도 없다”며 “독감백신 같이 특정 시기에만 생산이 몰리는 의약품을 위해 사람을 더 채용하면 일감이 줄었을 때 인력을 줄일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