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증권시장부 성선화 기자] 국내 뷰티관련 업체에 잇달아 투자한 프라이빗에쿼티펀드(PEF) 베인캐피탈이 해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통해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탈은 지난해 골드만삭스와 함께 AHC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화장품업체 카버코리아에 투자한데 이어 최근엔 국내 대표 보툴리눔톡신(보톡스)업체인 휴젤의 경영권 인수를 완료했는데 두 회사 모두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세에 힘입어 실적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해외매출이 적었던 카버코리아는 지난해부터 중국 등에서의 성공으로 해외 매출 비중을 20%까지 높였고 휴젤의 경우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이들 뷰티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아 국내 PEF들이 투자를 주저했었다. 하지만 글로벌 네트워크에 강점이 있는 베인캐피탈은 해외시장에서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해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 로컬 PE들이 가질 수 없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커버코리아에 중국팀 긴급수혈
베인캐피탈은 지난 6월 카버코리아 인수 이후 중국팀을 한국으로 긴급 투입했다. 위생 관리 등 중국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서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영향으로 올해 1분기 매출이 줄긴 했지만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시장 개척 이외에도 삼성전자 출신의 외부 전문 인력을 투입해 국내시장 마케팅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채널 다변화를 위해 올리브영 입점을 시도하고 있고 홈쇼핑 판매 상품도 다양화 한다는 계획이다.
카버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4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600억원 대비 3000억원(37%)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EBITDA(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역시 1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는 베인캐피탈이 투자의사를 타진하며 기존 경영진에게 제시한 밸류 업그레이드 전략이 그대로 적중한 것이다. 베인캐피탈은 기존 대주주에게 중국시장 진출과 경영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제안했고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대주주는 소수 지분 투자에서 파트너십 계약으로 전환했다.
◇가성비 높은 보툴렉스로 글로벌시장 진출
휴젤은 지난 4월 베인컴퍼니가 인수를 추진한 이후 주가가 40% 가까이 뛰었다. 그동안 경영권 교체 과정에서도 10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이 눈에 띤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461억5500만원, 영업이익이 273억원3200만원, 당기 순이익은 206억 55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각각 49.2%, 67.1% 증가한 것으로 10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베인컴퍼니는 휴젤의 해외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국시장은 이미 미국 엘로건의 고가 보톡스 독점이 깨졌지만 글로벌시장은 여전히 고가 보톡스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다. 가격대비 효과가 뛰어나 가성비가 높은 한국산(産) 보툴렉스 제조업체들이 파고들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휴젤이 생산하는 보툴렉스는 브라질·러시아 등을 포함한 26개 국가 외에도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의 시장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30여개 국가에서 추가적인 인허가 프로세스도 진행 중이다. HA필러 ‘더 채움’도 10여개 국가에서 추가적인 인허가를 준비 중이며 유럽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내홍을 겪어왔던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해소됐고 선진경영제도인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빠르게 베인캐피탈식(式) 경영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며 “글로벌 헬스케어분야에서의 강자인 베인캐피탈을 통해 향후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 확실한 시너지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