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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서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콧대가 꺾였다. 최근 계약률이 예상 밖으로 저조하자 특별(할인) 분양에 나선 단지가 적지 않다. 일부 단지는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무이자로 전환하거나 계약금을 정액제로 운영하는 한편, 발코니 확장 등을 무상으로 실시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콧대 높던 고가 분양 단지서 할인 분양 많아
래미안 아이파크는 지난해 서울에서 공급된 아파트 중 분양가가 가장 비쌌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4240만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청약은 잘 됐다. 240가구(특별공급 17가구 제외) 모집에 2957명이 몰린 것이다.
작년 서울·수도권에서 두 번째로 분양가가 비쌌던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아파트(삼호가든4차 재건축 단지)도 요즘 선착순 분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평균 분양가가 3.3㎡당 4040만원이었던 이 아파트는 지난 10월 분양 당시 평균 21.1대 1, 최고 131대 1의 청약 경쟁률로 조기 완판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전체 751가구(일반분양 201가구) 중 일부가 미분양되자 최근 발코니·옷장·바닥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전용133㎡형의 경우 3500만원의 가격 할인 혜택도 주기로 했다.
지난해 평균 분양가 상위 ‘톱10’에 들었던 ‘마포 자이 3차’ 아파트(3.3㎡당 평균 2155만원)도 전용 84㎡형에 한해 특별 분양 중이다. 염리2구역을 재개발한 이 아파트는 최고 청약 경쟁률 51.5대 1을 기록했지만 완판에 실패하면서 계약 조건을 완화했다. 계약금을 분양대금의 10%에서 1000만원 정액제로 전환한 것이다. 발코니도 무상으로 확장해 주고 있다. 현재 이 단지는 일반분양 436가구 중 30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싼 가격만 보고 구입했다간 낭패 볼 수도”
그런데도 분양 계약 조건 변경에 나서는 건설사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김의열 한국주택협회 정책시장은 “분양 경기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미분양 물량이 많이 남자 결국 할인분양 카드를 꺼내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건설사들이 분양시장 호황에 고분양가로 공급해도 팔릴 줄 알았지만 수요자의 가격 거부감이 만만찮은 상태”라며 “회사 및 브랜드 이미지를 감안해 미분양으로 남겨두는 것보다 서둘러 계약을 성사시키는 게 낫다고 건설업체들이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파격 조건을 내세운 할인 분양 단지들이 적지 않지만 싼 가격만 보고 무턱대고 구입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괜찮은 물건인데도 시장의 영향을 받아 가격을 할인하는 경우도 있지만 입지나 상품, 브랜드가 떨어지는 단지인 경우도 많다”며 “가격 메리트만 보고 할인 분양 단지를 덥석 매입하기보다는 입지와 수요 유입, 가격 상승 여력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