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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종로구 운니동 ‘래미안 베라힐즈’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서 만난 김연자(여·57)씨. 김씨와의 대화에서 불과 일주일새 급변한 분양시장 분위기가 감지됐다.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이 발표된 첫 주말인 이날, 평소 모델하우스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던 방문객의 행렬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을 것이라며 청약을 권하던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도 자취를 감췄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과 강남구 자곡동에서 각각 문을 연 ‘휘경SK뷰’와 ‘송파 호반베르디움 더 퍼스트’ 모델하우스도 마찬가지였다. 예비청약자들은 예전보다 한결 느긋해진 표정이었다. 송파구 가락동에서 온 이선미(여·37)씨는 “실거주할 집을 찾고 있지만, 금리가 오른다고 하니 실제 분양 받을지는 좀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올 한 해 펄펄 끓던 분양시장에 한파가 찾아왔다. 실제 계약률뿐 아니라 청약 경쟁률도 미달인가 하면 모델하우스를 찾는 방문객도 줄고 있다. 지난 3월 사상 첫 ‘1%대 초저금리 시대’로 환호하던 분양시장은 과잉공급 우려와 대출 규제 강화, 미국발 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급속도로 얼어붙는 모습이다.
청약 경쟁률 뚝+주택지표 내림세 ‘잔치는 끝났다’
분양권에 억대 웃돈이 붙으며 수도권 최대 투자처로 손꼽히던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가 대표적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 7월 분양한 ‘동탄2금강 펜테리움 센트럴파크 3차’ 아파트는 196가구 모집에 2만 7707명의 청약자를 모으며 평균 경쟁률 141대 1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청약 경쟁률이 뚝뚝 떨어지더니 최근 분양을 마무리한 신안인스빌리베라 3·4차는 각각 0.53대 1과 0.51대 1로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집단 대출 금리마저 ‘꿈틀’..관망세 지속 vs 전세난에 회복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에서 집단대출은 예외로 뒀지만, 이미 은행권이 집단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어 계약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일선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하남 미사지구에서 지난해 10월 분양한 ‘미사강변 센트럴 자이’의 금리는 3.0%였다. 하지만 올 7월 분양한 ‘미사 더샵 센트럴포레’가 3.2%, 지난달 분양한 ‘대원 칸타빌’의 집단대출 금리는 3.3%로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미사강변 E공인 관계자는 “금리가 오를 것에 대비해 은행권이 집단대출 금리를 선반영한 결과”라며 “내년엔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전문위원은 “대출 규제로 매매시장의 상승세가 꺾인데다 치솟은 고분양가에 대한 피로감까지 더해져 수요자들의 관망세는 생각보다 오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절적 비수기를 시장 침체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시장은 계절적 비수기와 금리 인상 적응기간이 맞물리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며 “전세난에 대한 뾰족한 대안이 없고, 앞으로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있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부터 전세 사는 세입자의 매수 심리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