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돈과 정치가 공존하는 시대

  • 등록 2015-04-16 오전 3:01:00

    수정 2015-04-16 오전 3:01:00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즐겨 본다는 이유로 유명세를 떨친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는 정치에 잔뼈가 굵은 프랭크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 분)라는 4선 하원의원이 거대 기업의 검은 돈과 각종 술수로 최고 권력자로 향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정치권을 악마의 소굴로 그렸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권력을 위해서라면 배신과 음모, 기업과의 결탁을 우습게 여기고 심지어 국가 이익도 나 몰라라하는 언더우드의 행동이 시청자들에게 리얼리티로 비쳐지는 것은 현대 정치의 부끄러운 민낯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1년 7개월쯤 남은 대통령 선거 열기에 벌써부터 미국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고 한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랜드 폴 상원의원, 민주당 소속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경쟁구도가 갖춰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벌이는 `쩐의 전쟁`이 이미 시작된 탓이기도 하다.

머니게임이라고 불리는 미국 대선답게 대권 도전자들은 출마 선언과 동시에 돈을 끌어 모으는데 혈안이 된다. 우리나라와 달리 법정 선거자금 한도가 정해져 있지 않은 미국에서도 국고 지원금이 있긴 하지만 이 돈으로 선거운동은 어림도 없다. 그렇다보니 전국을 돌며 공식 기부금을 모으는 펀드레이징(fundraising) 행사를 열고, 자신을 지지하는 후원자들을 모아 모금 한도가 아예없는 슈퍼팩(Super PAC)을 결성해야 한다. 다만 슈퍼팩의 모금내역은 매달 보고서로 제출하고 연방선거위원회 웹사이트에 세세하게 공개해야 한다.

특히 2016년 대선은 사상 유례없는 돈 잔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선거비용은 총 63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내년 대선에 쓰일 모든 후보들의 선거비용은 75억~80억달러(약 8조2300억~8조7800억원)로 이를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인당 1조원이 훌쩍 넘는 거액이다.

이처럼 후보자들이 경쟁적으로 자금을 모으는 것은, TV나 소셜미디어 등을 이용해 가공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하는 현대 선거에서 자금력이야말로 조직적 선거운동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8년과 2012년은 물론이고 역대 미국 대선을 봐도 통상 더 많은 선거비용을 쏟아부은 후보자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연구 결과가 자연스러워 보일 지경이다.

이런 현상이 비단 미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과거 19세기 철혈재상으로 불렸던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독일 국민들은 소시지와 법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라야 더 편안하게 잘 수 있다”고 말한 것만 봐도 정치와 돈의 연결고리는 이미 몇 세기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성완종이라는 한 건설회사 회장의 죽음과 폭로 이후 정치자금 문제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소위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정치인들의 금품 수수 여부야 사법당국이 가려낼 일이지만, 평소부터 정치를 동경해 오면서도 돈으로 국회의원직을 사들였고 정치인들과의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고 믿었던 성 회장의 행보에서 우리 정치권의 어두운 단면을 볼 수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의 얘기처럼 이번 사태가 하늘이 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참에 부패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드라마 제목이 보여주듯 `카드로 지은 집`이 견고할 리 없다는 점을 정치인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할 시점이다.

다만 돈에 의한 정치를 거스를 수 없는 현실로 인정한다면 미국처럼 어떻게 하면 이 돈의 출처와 흐름을 투명하게 공개해야할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할 시기가 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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