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이 부산 신항 컨테이너 부두에 정박해있다. 한국선주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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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해양수산부가 부활한 지 2년이 됐지만 고사 직전의 해운업계를 뒤로하고 크루즈산업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 정책 진단이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기준 신임 해양수산부장관은 지난달 24일 해수부 재출범 2주년과 신임 장관 취임을 맞아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쯤 국적 크루즈선사를 출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제정한 크루즈산업의 육성과 지원에 관한 법률이 오는 8월초 시행하는 것과 맞물려 해수부는 크루즈 활성화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이 법은 제11조(관광진흥법의 카지노업 허가 등의 특례)를 통해 2만t이상 크루즈에 관해 카지노사업까지 허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연간 3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확보하고 동북아 크루즈 관광허브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해상물류를 담당하고 있는 해운업계에서는 탄식만 흘러나오고 있다. 해운업의 체질 강화보다는 관광산업 진흥에 가까운 정책을 정부가 보여주기 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크루즈는 배와 선원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해운업이라고 볼 수 있지만 휴식과 각종 엔터테인먼트, 음식, 기항지 관광 등을 고려하면 화물과 사람을 수송하는 전통적인 해운업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 2012년 국내 하모니크루즈㈜는 2만6000GT급 크루즈 선박인 ‘하모니 프린세스’호를 운영했지만 1년만에 33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사라진 전례가 있다. 호텔업이나 인테리어, 서비스업에 가까운 크루즈의 운영 노하우나 이용객의 인식변화 등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준비가 부족했던 탓이다. 또 세계 조선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가 크루즈 선박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일반 화물선과는 전혀 다른 까다로운 자재를 다루기 때문인데 제반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가운데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크루즈산업 육성과 함께 정부가 국내 해운업계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해운보증기구·에코십 펀드 등의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업계 기대감은 크지 않다. 지원책이 뒤늦게 나온 것도 문제지만 재원규모나 지원기준 등이 모호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크다. 외국 해운업계는 ‘국가 안보 인프라’로 대접받으며 경기침체를 이겨낼 수 있는 각종 정책 지원을 받는 것과 비교된다.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이대로라면 세계 5위 한국 해운의 자생력은 바닥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