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증권투자 2000억달러..7년여 만에 최대폭 증가

한은, 2분기 170억달러 급증..2007년 3분기 이후 최대폭
美 등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
코스피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
  • 등록 2014-08-27 오전 6:00:00

    수정 2014-08-27 오전 6:00: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 거주자들이 해외증권에 투자한 금액이 7년여 만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금액은 2000억달러에 육박했다.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상당한 규모의 외화자금이 유입돼 외화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미국 등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에 글로벌 주식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주요국의 주가상승률이 국내보다 높았던 영향도 크다. 다만 해외증권투자가 늘어나면서 국내로 들어온 달러가 밖으로 빠져나갔지만, 환헷지로 인해 달러-원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을 막는 데는 별 도움이 못 됐단 분석이다.

<자료: 한국은행>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1965억달러를 기록했다. 3개월만에 170억1000만달러가 급증한 것이다. 이는 2007년 3분기(200억7000만달러) 이후 가장 크게 늘어난 수치다. 주식투자가 102억7000만달러 급증했고, 채권투자는 67억4000만달러 늘어났다. 다만 늘어난 투자액 중 48억달러는 주가 상승과 환율 변동 등으로 외화환산평가액이 증가한 영향이다. 순수하게 증권투자로 증가한 금액은 122억달러다.

감충식 한은 자본이동분석팀장은 “올 상반기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세가 좋아질 것이란 전망에 글로벌 주식이 좋아진 영향으로 국민연금 등이 해외투자를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 “2분기 들어와선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기관 투자자들이 경상수지 흑자 등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해외증권투자를 늘린 영향”이라고 밝혔다. 기관 투자자 등 기타부문의 해외증권투자가 1분기 59억7000만달러 증가한 데 이어 2분기엔 92억6000만달러나 급증했다.

실제로 주요국의 2분기 주가상승률은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우리나라 해외주식투자 중 40% 가량을 차지하는 미국의 주가상승률은 2.2%를 기록했고, 유럽연합(EU)도 2.1%의 상승률을 보였다. 브라질(5.5%), 홍콩(4.7%), 중국(2.6%), 일본(2.3%) 등의 수익률도 비교적 높았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0.8%에 불과했다.

특히 오는 10월 홍콩을 통해 중국 상하이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후강통(상하이와 홍콩 증시 교차 매매)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홍콩과 중국의 주가 상승률이 높아졌다. 기관투자자에 비해 규모는 적지만, 여기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났단 해석도 나온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해외투자영업부 차장은 “후강통 제도 시행 기대감으로 홍콩에 있는 블루칩에 투자가 가능해지니까 홍콩과 중국 증시가 반등했다”며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에 양도소득세가 분리과세되니까 직접투자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의 국내증권 투자 등으로 유입된 외화자금이 해외증권투자 등을 통해 빠져나가곤 있지만, 환헷지로 인해 환율 하락을 막는 데는 별 도움이 못 됐단 분석이 나온다. 2분기 원화가치는 달러화 대비 5.2% 절상됐다.

이승헌 한은 외환시장팀장은 “주식투자의 경우 환헷지를 하지 않지만, 채권투자는 환헷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헷지를 할 경우엔 스왑시장에만 영향을 미칠 뿐, 현물환 환율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은은 최근 금통위 의사록에서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및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나가고 있지만, 대부분 환헷지를 하고 있어 거주자의 해외투자가 외환시장의 환율 하락 압력을 크게 완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어해설=환헤지(FOREX Hedge)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선물환을 매도하거나 매수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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