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주택시장 부양책에 깃든 함정

  • 등록 2014-08-05 오전 6:00:00

    수정 2014-08-05 오전 8:34:15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이 본격화하면서 시장 수요자들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주택 매매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무주택자들도 집을 사야 하나 조급해하는 눈치다.

특히 대출 규제 완화에 따른 직접적 수혜지인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반응이 바로 나타났다. 정부가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 완화 등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지난달 24일 발표하자마자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오르는 등 부동산 투자 일번지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정부가 주택 거래시장 활성화 정책에 집중하는 이유는 경기 회복에 대한 강력한 시그널을 주기 위해서다. 거래 증가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적 기대감은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고, 이는 경기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강남 재건축 투자시장의 움직임만으로는 안된다. 수요가 한정돼 있는데다 매수세가 시들해지면 가장 먼저 가격이 빠지는 곳도 바로 강남 재건축시장이다. 결국 실수요자가 어느 정도 움직이느냐가 규제 완화 정책의 성패를 가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에는 몇 가지 함정이 숨어 있다. 우선 매도세에 대한 우려다. 사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두 손 번쩍 들고 가장 환호하는 이들은 실수요자들도, 강남 부동산 투자자들도 아니다. 바로 50대 이상 유주택자들이다. 은퇴 시기를 맞은 이들은 현재 집을 사는 게 아니라 팔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2000년대 중후반 주택을 매입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하락하면서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쓰디쓴 경험을 한 바 있다. 이들은 시장이 되살아나는 기점을 매도 타이밍으로 보고 있다.

정부 예상대로 주택 매매거래가 계속 증가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전·월세 부담에 시달려온 젊은층들로, 소득이 그리 많지 않은 사회 초년생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가운데는 집을 사고 싶어도 집값 부담이 너무 커 사기 힘든 사람들이 상당수다.

2012년 주거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주 1773만명 가운데 무주택자는 41.5%인 737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들 가운데 집을 살 여력이 있는 경우는 143만9000가구 뿐이라고 밝혔다. 국토연구원은 전세에서 자가로 전환하는 비율이 2005년 53%에서 2012년 23.2%로 매년 줄고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집을 사고자 하는 의지도, 살 수 있는 여력도 많지 않다는 얘기다. 여기에 두번째 함정이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올라야 경기가 활성화된다고 보고 있지만, 무주택자들이 가격 부담에 등을 돌릴 경우 거래 증가는 커녕 오히려 집값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것도 문제다.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고, 거래도 급매물 위주로만 이뤄지면서 주택 거래량이 늘어도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또한 대출을 끼고 집을 사기 부담스러운 이유다. 이것이 정부가 빠진 세번째 함정이다.

마지막 함정은 주택 대출이 정부 계획대로 부동산시장에 유입되느냐 여부다. 현재도 주택담보대출의 50% 가까이가 이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대출액이 부동산 매수가 아닌 다른 용도로 흘러들어갈 경우 주택시장 살리기는 커녕 가계 부채만 늘려 금융 부실을 키울 수 있다. 무엇보다 큰 함정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지적을 반대론자의 주장일뿐이라고 일축하는 정부의 태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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