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기자의 현장토크]"저평가된 경기민감주 담은 펀드에 투자할 때"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전무 "코스피가 저평가됐다는 생각엔 변함없다"
  • 등록 2014-01-13 오전 6:00:00

    수정 2014-01-13 오전 11:20:40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연초 국내 증시는 실망감이 팽배하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으로 인한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지난 10일 코스피는 1938로 마감했다. 올해도 지난 7년 동안의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까. 기대반, 우려반 속에 국내 증시를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경기민감주, “살아남는 기업이 이기는 것”

서울 여의도 신영자산운용 본사에서 국내 ‘가치투자 대부’로 꼽히는 허남권 전무이사(사진)를 만났다. 그는 연초 불안한 출발에 대해 “7년 동안 안 오른 주가”라며 “1년 더 안 오른다고 달라질 게 있겠냐”고 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코스피가 저평가됐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며 “언젠간 오를 것이란 대세는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올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오를 것이란 강한 신념이다. 그는 금값도 20년동안 안 오르다가 지난 6년동안 상승랠리를 탔다고 설명했다.

물론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비해 주식시장이 저평가됐다는 것이 국내외의 지배적 시각이다.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부문 총괄사장 루치르 샤르마는 그의 저서 ‘아웃오브네이션’에서 한국 주식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확신으로 인해 저평가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투자한 종목이다. 지수가 어찌됐든 ‘내가’ 투자한 종목이 올라야 한다.

펀드 운용 총사령관인 허 전무는 “올해 투자전략은 경기민감주 저점 매수”라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첫번째 국정 목표는 경기부양입니다. 시장과 함께 내수 시장도 좋아질 겁니다. 업황이 안 좋아 주가가 폭락한 주식들이 경기민감주들이죠.”

대표적 경기민감주는 조선, 철강, 화학, 증권, 건설 등이다. 특히 긴 침체의 늪에서 ‘살아남은 종목’들을 주목했다.

“글로벌 업계 4위 SK하이닉스(000660)가 끝내 살아남으면서 2위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살아남는 기업이 이기는 겁니다.”

태양광 업계 역시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이 ‘이긴 것’이라며 이제부터 빛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신영마라톤, 삼성전자 비중 10% 불과..120개 가치주에 분산투자

지난해 펀드 이탈액은 약 10조원에 달했다. 코스피가 잠시 2020선을 찍자마자 개미들의 펀드 환매가 이어졌다. 하지만 신영자산운용의 펀드 설정액은 오히려 1조 5000억원(주식형) 늘었다. 시장 흐름과 역방향으로 움직였다.

냉정한 자본 시장에서 이유는 하나다. 시장을 이기는 수익률이다. 신영의 대표적 펀드인 ‘신영마라톤증권A형’과 ‘신영마라톤증궈A1(주식)’의 지난해 수익률은 각각 12.9%, 11.8%에 달한다. 5년 수익률은 거의 100%에 달한다. 5년 전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현재 평가액은 2000만원이다.
“올해 수익률 예측이요?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그는 주가를 예상하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짓’이라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펀드 설정 이후 꾸준히 두 자릿수 수익률을 달성하는 비결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성장 가능성’에 배팅하기 때문이다.

그가 정한 가치주의 수익률 목표는 3년간 100%다. 100원에 매수한 가치주가 3년 뒤에 200원이되면 성공이란 의미다. 저평가된 가치주를 샀더라도 실패 확률은 존재한다. 이 같은 실패 리스크 때문에 120개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다.

“기업이 언제 변할지 알 수 없습니다. 성장하는 속도도 천차만별입니다. 가치주 투자는 그 과정을 즐기며 시간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가 선택한 가치주의 기준은 “그가 사장이 된다해도 잘 될 수 있을 것 같은 회사”다. 뛰어난 기술력이 있든, 시스템으로 돌아가든, 자생력이 충분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펀드 내 포트폴리오를 자주 바꾸진 않는다. 1년 평균 회전율은 100% 정도다.

그렇다면 지금은 펀드에 투자할 타이밍일까. 그는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답했다. 충분히 저평가 매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펀드 투자는 거치식과 적립식의 병행을 권유했다. 가격이 떨어졌을 때 거치식으로 납입한 뒤 가격 하락시마다 적립식으로 추가 납입하는 것이다.

그는 자산의 대부분이 펀드다. 예적금, 부동산은 전혀하지 않는다. 그가 펀드 업계에 몸 담은 17년동안 투자 수익률은 130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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