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미 기자]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한 지 약 7개월이 지났다. 출범 초기엔 미래부는 물론 국회, 기업, 국민 모두 ‘창조경제’가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나 미래부는 아직도 창조경제에 대한 감(感)을 잡지 못하는 것 같다. 이제 겨우 벤치마킹 대상으로 알려진 이스라엘 학습을 마쳤나 했는데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갑자기 지난 4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창조경제 모델이 이스라엘로 알려진 것은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독일과 영국의 방식을 합쳐 전 산업에서 창조경제 붐을 일으키는 것이 한국식 창조경제 2.0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미래부는 “대놓고 이스라엘이 롤 모델이라고 말한 적 없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한국식 탈피오트인 국방과학 전문사관 도입과 벤처기업 활성화, 창업펀드 조성 등의 정책은 모두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한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윤종록 제 2차관을 비롯한 미래부 고위 관계자들은 그동안 각종 포럼이나 공개석상에서 이스라엘의 창업과 벤처 육성사례를 소개하곤 했다.
이러다보니 미래부 내부에서도 이리저리 휘둘리며 맥을 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최 장관은 지난달 말 경기도 안산에서 ‘중소기업-출연연 상생 토크콘서트’를 처음 가졌는데 굉장히 흡족해했다는 후문이 들렸다. 그러자 각 부서에서는 비슷한 형태의 토크콘서트를 앞다퉈 마련하겠다고 나섰고, 이번 달 ‘창조 R&D 토크 콘서트’와 ‘화창한 미래 콘서트’ 등이 연이어 열렸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각종 아이디어는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래부가 하루 만에 문을 닫았던 사이버 창조경제 박람회, ‘창조경제타운’ 사이트는 당초 목표였던 이번 달 마지막 날인 30일 날짜를 겨우 맞출 수 있을 듯 하다. KAIST를 비롯한 5개 과기특성화대학이 출자해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공동 창업펀드 ‘파이브스타 펀드’도 학교마다 사정이 달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현재 미래부 공무원들 사이에선 청사 이전이 최대 관심사다. 방위사업청이 미래부가 입주해 있는 4동을 포함해 과천정부청사로 이전할 계획이기 때문에 어디로 가든 청사는 우선 비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부 내부에선 우선 과천청사 내 다른 동으로 이동한 뒤 세종청사로 갈지, 세종청사로 곧바로 이동할 지가 최대 관심사다.
미래부의 한 공무원은 기자에게 “이제 겨우 안정을 찾나 싶었는데 이전한다니 일할 맛이 안난다. 세종시로 가기 전에 과천청사 내에서 다른 동으로 이전한다면 아예 짐도 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언제쯤 안정을 찾고 창조경제 본 방송을 보여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