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불모지나 다름 없는 대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 의원은 경기 군포를 지역구로 3선을 지냈으나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고향인 대구 출마를 결심했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갑은 친박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이 현역으로 버티고 있다. 3선의 이 의원은 지난 2000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후 이 지역에서 재선을 하며 공고한 기반을 다져 놓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대구는 여야 모두 놓칠 수 없는 요충지다. 여당이 텃밭을 내준다면 12월 대선에 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야당은 대구에서 의석을 챙긴다면 영남권 세 확장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
‘인물 대 인물’ 구도도 재미있다. 두 사람은 대구 경북고 동문으로 김 의원이 이 의원보다 12년 후배다. 이 의원과 김 의원은 대학도 서울대학교 출신으로 같다. 이 의원은 대우경제연구소장을 지낸 경제 전문가로 인상적인 의정활동을 펼쳐왔고, 김 의원은 ‘리틀 DJ’라는 별명을 가진 대중연설의 달인이다.
현재 지역 판세는 새누리당이 우세하다는 것이 중론. 전통적 지지기반이 쉽게 흔들리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6.2 지방선거에서 김범일 한나라당 대구시장 후보는 73.7%의 압도적 득표율로 민주당의 이승천 후보를 눌렀다. MB정권 초기인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19대 총선 예비후보도 새누리당이 다수다. 10일 기준 이 지역에 등록한 총 11명의 예비후보 중 새누리당 등록 후보(7명)는 무소속을 포함한 야권 후보(4명)의 두 배에 가깝다.
다만 최근 잇따라 터져나온 악재가 변수로 작용할 여지는 있다. 돈봉투 사건을 비롯해 연일 불거진 현 정권 측근 비리가 지역 민심이 차갑게 만들고 있는 것. 지역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민심을 흔드는 요인이다.
대구지역 유력언론인 매일신문과 대구KBS가 지난달 초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라당 중심의 여권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46.0%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측 관계자는 “처음 내려갈 때보다는 분위기가 좋다”며 “힘들지만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지도는 50%가 넘지만 설득하는 작업이 관건”이라며 “지금까지 새누리당이 지역 주민에게 해준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을 내세울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 의원 측은 김 의원이 비록 비중있는 정치인이지만 대구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그는 이어 “김 의원이 야권의 비중 있는 분이지만 유시민, 문재인 같은 전국적 인물은 아니다. 돌아보시면 답답함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출마 선언에서 “양적 통합을 넘어 가치, 세대, 정당정치의 혁신으로 나가야 한다. 불모지 대구에서 민주당의 미래를 개척할 것”이라고 했다. 철옹성과 같은 대구에서 김 의원이 얼마나 선전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 최근 대구 수성갑 지역 득표율
▲18대 총선 대구 수성갑 한나라당 이한구 78.40% 진보신당 이연재 19.02% 평화통일가정당 이대주 2.57%
▲6.2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 수성구 한나라당 김범일 73.75%, 민주당 이승천 15.73% 진보신당 조명래 10.51%
▲6.2지방선거 대구 수성구청장 한나라당 이진훈 51.53% 무소속 김형렬 38.22% 무소속 이기운 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