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새해 벽두 이상한 일들

  • 등록 2012-01-04 오전 7:37:03

    수정 2012-01-04 오전 8:14:31

[김수헌 이데일리 증권부장] 새해 벽두부터 참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선처를 검찰에 호소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최 회장의 경제 기여도를 언급하며 "불구속 기소라도 된다면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만큼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처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베푸는 용서다. 잘못을 하긴 했는데 이러저러한 형편과 사정을 고려해 좀 너그럽게 봐 달라는 거다.

학교에서 물건이 없어졌다. A 학생이 훔쳐간 것으로 오해받고 있다 하자. A는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 그런데 급우들이 선생님한테 "A가 평소 교우관계도 좋고 학급 일에 열심이었으니 선처를 바란다"고 나섰다. 이렇게 되면 A는 정말 억울해진다. 물건을 훔치지 않았는데 급우들이 나서서 잘못된 행위(절도)가 있었음을 전제로 용서를 구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19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에게 "(횡령) 의혹은 오해"라고 말했다. 횡령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재계는 "좀 봐달라"고 검찰에 호소하고 있다. 당사자는 죄를 짓지 않았다고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데, 경제5단체가 최 회장의 형편을 좀 봐 달라고 탄원하고 있으니 어쩌면 최 회장으로서는 황당한 일이 아니겠는가.

필자는 최 회장이 잡혀들어가지 않길 바란다. 검찰의 수사가 정말 오해였으면 한다. 그래서 최 회장이 무혐의가 됐으면 한다. 그런 필자가 보기에 재계의 호소는, "최 회장은 죄가 없다 주장하나 우리(재계)가 보기엔 죄가 좀 있는 것 같으니 검찰이 경제를 생각한다면 선처를 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로 들린다.

이것 말고도 새해 벽두의 이상한 일은 또 있다. 안철수연구소 주가 이야기다. 15만원을 훌쩍 넘어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지난 3일 코스닥시장에서 장중 시가총액으로 CJ오쇼핑을 제치기도 했다. 시총으로 안철수연구소를 확실하게 앞선 회사는 셀트리온과 다음커뮤니케이션뿐이다.

안철수연구소는 왜 이렇게 잘 나가는가. 주식 좀 본다는 전문가들이 내놓는 이유는, 대주주인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원장의 대선출마 가능성이다. 주가에는 정말 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아무리 그래도 안철수연구소를 기업가치 평가의 관점에서 뜯어봤을 때 현재 주가를 설명할 수 있는 수치들이 조금이라도 도출돼야 한다.

`R`로 시작하는 각종 수익성 지표, `P`로 시작하는 각종 주가대비 비율지표, 각종 회전율(매출채권 재고자산 총자산 자기자본 등), ROIC(투하자본수익률), EBITDA(이자 법인세 상각비 차감 전 이익)흐름, EV(기업가치)/EBITDA, EVA(경제적부가가치) 등 어떤 지표를 갖다대도 쉽사리 납득 안가는 주가흐름이다.

이런 이상한 주가를 두고 `대선`이라는 한 단어밖에 설명할 말이 없다는 게 이상하고 안타깝다. 그런데 이것이 새해 벽두의 현실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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