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처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베푸는 용서다. 잘못을 하긴 했는데 이러저러한 형편과 사정을 고려해 좀 너그럽게 봐 달라는 거다.
학교에서 물건이 없어졌다. A 학생이 훔쳐간 것으로 오해받고 있다 하자. A는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 그런데 급우들이 선생님한테 "A가 평소 교우관계도 좋고 학급 일에 열심이었으니 선처를 바란다"고 나섰다. 이렇게 되면 A는 정말 억울해진다. 물건을 훔치지 않았는데 급우들이 나서서 잘못된 행위(절도)가 있었음을 전제로 용서를 구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19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에게 "(횡령) 의혹은 오해"라고 말했다. 횡령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재계는 "좀 봐달라"고 검찰에 호소하고 있다. 당사자는 죄를 짓지 않았다고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데, 경제5단체가 최 회장의 형편을 좀 봐 달라고 탄원하고 있으니 어쩌면 최 회장으로서는 황당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것 말고도 새해 벽두의 이상한 일은 또 있다. 안철수연구소 주가 이야기다. 15만원을 훌쩍 넘어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지난 3일 코스닥시장에서 장중 시가총액으로 CJ오쇼핑을 제치기도 했다. 시총으로 안철수연구소를 확실하게 앞선 회사는 셀트리온과 다음커뮤니케이션뿐이다.
`R`로 시작하는 각종 수익성 지표, `P`로 시작하는 각종 주가대비 비율지표, 각종 회전율(매출채권 재고자산 총자산 자기자본 등), ROIC(투하자본수익률), EBITDA(이자 법인세 상각비 차감 전 이익)흐름, EV(기업가치)/EBITDA, EVA(경제적부가가치) 등 어떤 지표를 갖다대도 쉽사리 납득 안가는 주가흐름이다.
이런 이상한 주가를 두고 `대선`이라는 한 단어밖에 설명할 말이 없다는 게 이상하고 안타깝다. 그런데 이것이 새해 벽두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