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인 | 이 기사는 11월 03일 13시 37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이태호 기자] 현대산업개발(012630)은 PF 우발채무가 10대 건설회사 중 가장 적지만 직접 땅을 사 아파트를 짓는 자체 주택사업 비중이 매우 높다. 올 상반기 매출액 기준 주택사업 비중은 약 55%로 건설대기업 평균 40%를 크게 웃돌았으며, 자체사업 비중은 39%로 주택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부동산개발 노하우가 아무리 뛰어난 건설사라 하더라도 주택사업 비중이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바닥 깊이 가라앉은 주택경기를 배겨낼 재간은 없다. 특히 자체사업은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있는 반면 땅을 확보하는 데 따른 운전자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분양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독(毒)이 될 위험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크레딧시장은 수원 등지의 대규모 자체사업 분양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분양경기 침체는 불과 3개월 전 ‘효자’ 사업장도 ‘애물단지’로 전락시키고 있다. 수원시 권선동 `아이파크시티`도 비슷한 사례다. 아이파크시티는 총 세 차례에 걸쳐 분양을 진행하는데 1차와 2차를 합한 분양가액만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 3차까지 합할 경우 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연 매출 2조2600억원과 맞먹는다. 지난해 9월 분양을 실시한 1차(1336세대, 분양가액 6920억원)는 올 10월 현재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친 상태다. 그런데 3개월 차이를 두고 실시한 2차(2024세대, 9900억원) 분양은 기대를 무너뜨렸다.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분양후 11개월 정도가 지난 올 10월말 현재 분양률은 76%를 기록중이다.
일각에서는 1차 분양률이 좋았던 것도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부동산 경기가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양상을 나타낸 덕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조만간 실시될 3차(1077세대)분양 성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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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도로 개별 사업장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해운대 아이파크`(1631세대, 1조5930억원)는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2008년 1월 분양 실시 후 소규모 미분양이 지속되긴 했으나 올 들어 분양이 완료되고 선수금이 유입된 덕분에 운전자본 부담을 일부 상쇄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해운대와 수원 사업장 다음으로 사이즈가 큰 자체사업인 고양삼송과 마산만 아이파크는 둘 다 미분양에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경남 마산시 신포동의 마산만 사업장(780세대, 1357억원)은 공사 절반이 진행됐지만 70%대 분양률에 머물고 있다. 고양시 삼송동 사업장(610세대, 2823억원)은 지난해말 분양했으나 최근까지 15%의 미분양 물량이 남아 회사를 괴롭히고 있다.
지방선 대규모 우발채무 떠안아
지방 도급사업장 중 일부는 뜻밖의 대규모 손실을 안기며 재무사정을 급격히 악화시켰다. 특히 울산광역시 남구 신정동 문수로 2차 아이파크 사업(886세대)은 치명적이었다. 지난해 8월 사업성 악화로 사업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3114억원의 채무가 현대산업개발로 넘어왔고, 지난해 3분기 약 5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충남 아산시 용화지구 사업(877세대)도 분양 환경 악화로 올 8월 공사가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관련 우발채무는 550억원이다. 최근 분양을 진행한 지방사업장도 상당수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울산에서 올 3월 준공한 우정동 아이파크(820세대, 도급액 1550억원)는 70%대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9월 동문건설의 미분양 사업장을 인수해 다시 분양한 일산 덕이지구아이파크(1556세대, 2850억원)는 여전히 15%의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는 “A+건설사 중에는 현대산업개발의 신용도가 가장 낮다고 본다”며 “기본적으로 공급과잉에 처한 국내 건설시장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도 아닌 현대산업개발이 예전처럼 많은 사업을 벌이면서 돈을 벌기는 힘들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그는 “비교적 우량한 자산가치로 인정받고 있긴 하지만 공정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망을 밝게 보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신정평가는 올 상반기 등급대비 높은 회사채 유통수익률을 나타낸 대표적 기업 중 하나로 현대산업개발을 꼽았다. 수익률이 높게 유지되는 요인에 대해서는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PF우발채무 현실화 등 사업위험이 확대된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용지대, 공사미수금 등 자금선투입 부담으로 차입규모가 확대되면서 시장의 우려를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