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으로 향하면서 마음은 그다지 편치 못했다. 출장 확정과 함께 케이씨오 주가가 상한가 행진을 벌인 것이 컸다. 가뜩이나 지난 5월 케이씨오 인수시부터 논란이 컸던 전대월씨의 이력때문이었다. 물론 그 사이 유가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케이씨오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상한가를 기록했고 출장에서 돌아온 20일에는 14.49% 급등 마감, 12일부터 20일까지 63.3% 급등했다.
현지 광구에서는 실제 원유가 뿜어져 나오는 광구와 예전 뚫어 놓은 광구에 물과 원유가 함께 섞여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비전문가인 기자 입장에서 지하의 사정을 지상에서 알 수는 없는 노릇. 전대월씨는 빠르면 올해말 생산을 시작, 내년 하반기에는 실제 판매에도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계획대로 될 지 지켜볼 일이다.
◇기름을 보기는 봤다
17일 오후 도착한 유즈노-사할린스크 공항은 유일하게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하고 있다. 최근 몇년새 사할린 지역에서 불고 있는 유전 등의 자원 개발 붐 덕분에 아시아나항공은 사할린 노선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 해외에서는 사할린으로 입국할 수 있는 항공편은 인천/유즈노-사할린스크 노선 하나밖에 없기 때문.
저녁식사를 마치고 톰가즈네프티가 보유한 광구중 하나인 유즈노-다긴스키 광구가 있는 노글리끼로 가기 위해 13시간 여정의 밤기차에 몸을 실었다. 유즈노-사할린스크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유즈노-다긴스키 광구는 차량으로도 9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는 거리에 있다.
톰가즈네프티는 지난 5월 경매를 통해 이 광구를 약 3억6000만원에 낙찰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구는 러시아 석유 회사인 로즈네프티가 이미 석유를 생산하고 있는 사할린3 프로젝트 지역안에 위치해 있고 이전 사용허가권자가 라이센스를 잃으면서 경매에 부쳐졌다는 게 회사측 설명.
|
전대월씨는 물론 전씨의 현지 파트너인 러시아인 최경덕씨도 동행했다. 최경덕씨는 사할린에서 가장 성공한 고려인중 한 명. 현지 네트워크가 탄탄한 데다 사할린 현지에서 연어 통조림 공장을 비롯해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설 디벨로퍼였던 전대월씨가 사할린 지역의 유전 개발에 참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케이씨오가 최근 마무리한 유상증자에도 41억원 규모로 참여했다. 톰가즈네프티의 사무소 역시 최씨가 운영하는 통조림 공장 부지안에 있다.
노글리끼 마을에 도착, 한 시간여를 차량으로 이동했다. 가는 도중 로즈네프티가 설치한 광구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로즈네프티의 원유 저장소도 볼 수 있었다. 실제 생산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
회사측은 압력이 충분, 별도의 펌프 시설이 필요 없으며 주변에 있는 로즈네프티의 송유관에도 이미 연결돼 있어 로즈네프티의 송유관 사용 협의가 끝나는 대로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두 개 공은 빠르면 오는 11월에라도 원유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업 생산을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개당 20억원 가량이 소요되는 공구를 8개 가량 추가로 뚫는 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노글리끼로 돌아와 다시 13시간의 기차를 타고 유즈노-사할린스크로 돌아왔다. 두번째로 회사측이 공개한 라마논스카야 광구는 유즈노-사할린스크 북쪽 250㎢에 있다. 톰가즈네프티는 지난해 하반기 역시 경매를 통해 사용허가권을 획득했고 러시아과학아카데미에서는 2억1000만배럴을 가채 매장량으로 보고 있다. 차량으로 왕복 10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상당부분의 이동시간이 제대로 나 있지 않은 길을 가는 데 소요됐다. 눈이 오는 겨울이면 장갑차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나마 접근이 쉬운 해안 모래길을 따라 숲을 헤치고 들어갔다. 회사측이 공개한 폐공은 물과 기름이 섞여 있었다. 가스가 솟아 나와 보글보글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라마논스카야 광구는 유즈노-다긴스키에 비해 개발 인프라가 열악한 게 사실. 혹자는 접근로도 없는 데 어떻게 개발하느냐며 혹평했을 정도. 회사측은 자본 유치 등을 통해 유정을 뚫고 원유 저장소까지 건설, 2009년 이후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대월씨 "유전사업 지속 통해 명예회복"
출장 사흘째인 지난 19일까지 동행한 전대월씨는 사실 유전개발 전문가라고는 보기는 힘들었다. 유전 사업을 세상에 수많은 사업중 하나로 접근한다는 말이 맞을 듯 싶다. 그 자신 사할린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계약서에 서명할 때 상대방이 깜짝 놀랬다는 말도 해줬다.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곧바로 서명했기 때문. 그는 러시아어를 알지도 못할 뿐더러 믿음없이 어떻게 사업할 수 있느냐고 상대방에게 설명해줬다고 덧붙였다.
|
그는 더 나아가 "케이씨오에너지를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장량을 확보한 회사로 만들 것"이라며 추가로 4∼5개의 광구를 더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전 포트폴리오상 추가 광구를 확보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
그는 부수적으로 이전 직업인 디벨로퍼서의 전공을 살려, 사할린 부동산 개발 사업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유즈노-사할린스크 신도심에 8만평의 땅을 확보했고 이 곳에 오피스텔과 쇼핑 센터 등을 지어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개발붐에 치솟은 부동산 값 덕분에 부동산 사업 역시 수지가 맞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사업 성패 판단은 내년 하반기
현지 광구를 공개했지만 여전히 전대월씨의 비전이 실현될 지는 자신할 수 없었다. 자원개발사업은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소요될 수 밖에 없고 특히 파봐야 알 수 있는 지하에서 사업이 이뤄지기 때문. 여기에 전대월씨는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까지 있다.
전씨는 현재 미국 3대 유전 평가기관에 기 확보 유전의 가치 평가를 의뢰한 상태. 순전히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국계 평가기관의 평가 결과를 가지고 신뢰성 평가를 받겠다는 목적에서 의뢰한 것. 이의 결과는 오는 11월께 나온다.
특히 전씨는 내년 7∼8월이면 라마논스카야 광구에서 실제 유조선에 실어 판매할 수 있는 원유가 생산돼 외부로 판매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말까지 유조선 두 대분이 생산돼 판매되고 대략 1000억원 가까운 매출이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의 성패는 빠르면 내년 하반기쯤이면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
케이씨오는 전대월씨에게 인수되기 직전인 시가총액이 3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씨의 인수를 계기로 12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타더니 어느덧 시가총액 6000억원으로 자원개발주의 대장주가 됐다. 씁쓸한 결과를 남기고 사라진 테마주로 전락할 지 지속적으로 위상을 유지할 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전씨를 비롯해 전씨의 자녀들과 현지 파트너 최경덕씨 등 7인이 케이씨오 지분 36.6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들 지분은 내년 8월말까지 전량 보호예수조치돼 있는 상태다.
▶ 관련기사 ◀
☞KCO에너지 "증선위 조사와 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