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메이저 ‘이라크 유전잔치’ 시작됐다

  • 등록 2007-04-07 오전 9:41:21

    수정 2007-04-07 오전 9:41:21

[조선일보 제공] 세간의 풍문처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결국 석유 때문이었나?

현재 이라크 석유 생산은 1일 210만 배럴에 그치고 있다. 전쟁 전에는 최대 1일 350만 배럴을 생산했다.
 
이라크 석유는 확인된 매장량만 1150억 배럴. 지금까지 2300개의 유정(油井)만을 뚫었다. 유정이 100만개가 넘는 미국 텍사스주와는 비교해볼 때, 향후 더 많은 매장량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 확인 매장량만 1150억배럴

미국 에너지정부청(EIA)는 “전쟁과 경제 제재로 인해 이 나라 석유 중 90%는 탐사되지 못했다”면서 “추가로 1000억 배럴 정도는 이라크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추정한다. 또 생산 비용이 세계 최저 수준이다. 배럴당 1달러밖에 들지 않는다. 육상 유전이고, 매장이 거의 확인되고도 시추에 나서지 않은 곳이 많아 탐사 비용이 적다.
 


 
 

 
 
 
 
 
 
 
 
 
 
 
 
 
 
 
 
 
 
 
 
 
이런 이라크 석유를 향해 드디어 점령군 미국이 손을 뻗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석유 메이저의 이라크 진출을 허용하는 ‘이라크 석유산업 재건안’을 마련, 5월 중 이라크 의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 신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8개월 동안 새 석유법을 검토한 뒤 이라크 정부에 넘겼다. 초안은 미국 정부가 고용한 미국 컨설팅 회사 베어링포인트의 도움을 받아 작성됐고, 이후 석유 메이저와 국제통화기금(IMF)에 넘겨졌다는 것이다.

이 법안의 핵심은 전쟁으로 파괴된 이라크 석유 산업 복구를 위해 외국 기업 투자가 필요하며, 외자 기업에게는 대신 이라크 석유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석유 산업 정상화에는 200억~300억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석유 메이저들이 투자비를 회수할 때까지는 이익의 75%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이후에는 20%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자비 회수 시점이 언제냐는 점이 모호하고, 회수 시점 이후 보장하는 ‘20%의 이익’도 국제 관행보다 훨씬 높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외자 허용 ‘석유법’ 추진

이라크 석유 부문 종사자 일부는 새 석유법을 맹비난하고 있다. ‘이라크 석유노조연맹’의 핫산 주마 아와드 알 앗사디 위원장은 웹사이트에 띄운 글에서 “역사는 이라크의 부를 갖고 장난치는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석유법을 성토했다.
 
남부 바스라의 강력한 석유 노조는 민영화에 반대, 2005년에도 시위를 한 바 있다. 이라크는 1972년에 석유 산업을 국유화했고, 사우디 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대부분도 석유를 국유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13일 ‘도대체 누구의 석유인가’라는 외부 기고를 실었다. 기고자는 민간기구 ‘국제석유감시’(Oil Watch International)의 애널리스트 안니니아 주하스즈(Juhasz)씨. 그는 법안 통과 땐 이라크 국영석유공사는 80개 유전 중 17개만 통제하고, 전체의 3분의 2는 외국 기업 수중에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 법은 통과된다는 의견이 많다. 내각의 조율을 거친 것이기 때문에 의회 절차는 그다지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당장 법이 통과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폐기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 중동연구소의 라쉬드 칼리디(Khalidi)소장은 “강제된 상태에서” 체결된 계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말한다. 이라크가 점령당한 상태에서 체결된 석유 계약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으며 무효라는 주장이 나중에 분명 나올 것이라는 것. 실제로 1950년대 이란이 석유산업을 국유화한 뒤 당시 영국의 영-페르샤 석유회사(현재의 BP)가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한 적이 있다고 칼리디 소장은 말했다. 

◆  “유전 3분의2 넘어갈 판”

엑손모빌, BP, 셸, 셰브론텍사코, 등 4대 석유 메이저는 이라크 석유에 군침만 흘리고 있을 뿐 아직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폭력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비교적 크기가 작은 기업이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에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
 
쿠르드 지역은 치안이 확보되어 있다. 노르웨이의 DNO, 런던 증시 상장 기업인 페트렐 리소시스, 스털링 에너지가 유전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영국의 석유 가스 탐사업체인 BG그룹도 이 지역을 노크하고 있다.

이라크 북부 모술에 사는 교사 누만 하니씨는 “우리 나라에 기름이 없으면 좋겠다”면서 “그랬으면 미국이 쳐들어오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는 두 강(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강) 사이에서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전 미군 희생자 수는 3000명을 돌파했다. 침공의 배경에는 과연 이라크 석유가 도사리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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