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뉴욕 주식시장에서는 "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는 격언을 입증이나 하듯 보기 드물 정도로 시장 안팎의 악재들이 일시에 쏟아졌다. 우선 전일 세계 3위 은행 HSBC가 전격적으로 부실 모기지가 급증했다고 실토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추가 금리인상 우려가 등장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샌드라 피아날토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윌리엄 풀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고위 관계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위기 의식을 고조시켰다.
가뜩이나 휘청하는 부동산 시장에 금리인상까지 겹칠 경우 사태는 안 봐도 뻔하다. 불과 한 달 반 전만 해도 올해 1분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기대했던 주식시장으로선 뒤통수를 엊어맞은 격이다.
유가가 오르면 생산 비용이 늘어나 기업 이익이 줄어든다. 기업 이익이 감소하면 설비 투자와 고용이 줄 뿐 아니라 연준이 제일 걱정하는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진다. 미국 경제의 원동력인 소비 경기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고금리와 고유가의 합체는 현재 뉴욕 주식시장이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 와중에 마이크론의 반도체 업황 악화 전망까지 겹쳤다. 미국 제조업을 짓누르던 미국 3대 자동차업체 제너럴 모터스, 포드, 다임러 크라이슬러에 모처럼 투자의견 상향이란 호재가 등장해도 이런 다발성 악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결국 기업 실적의 현격한 개선, 유가의 큰 폭 하락, 연준의 비둘기파적 태도 등이 등장해야 주식시장의 불안감이 진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파이오니어 인베스트먼트의 존 커레이 매니저는 "모기지 부문의 신용 위기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주식시장에 엄청난 충격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든 앤 코의 스티브 골드먼 애널리스트도 "마이크론의 언급은 반도체 가격의 추가 하락을 의미한다"며 "반도체주 악재가 기술주 전반으로 확산됐고 전체 주식시장에 나쁜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