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스 기저귀..서울 27弗, 뉴욕 16弗, 도쿄 12弗

물가 비싼 선진국보다 2배 넘게 비싼것도 씨밀락 분유는 도쿄가 용량 큰데 값 저렴
코카콜라 편의점 낱개가격은 세계 선두권
“해외브랜드 파워 내세워 고가전략 펴는 탓”
  • 등록 2006-09-18 오전 7:29:44

    수정 2006-09-18 오전 8:49:14

[조선일보 제공] 지난 3월 미국 뉴욕 주재원 근무를 마친 남편을 따라 귀국한 주부 김은영(36)씨는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기저귀를 사려다가 깜짝 놀랐다. 두 살배기 아들이 미국에서 사용하던 ‘하기스’ 브랜드 기저귀 값이 미국의 거의 두 배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비슷한 값에 기저귀를 사려면 아예 국산 브랜드 제품으로 바꾸거나, 한꺼번에 기저귀가 200개나 박스에 담긴 ‘특가 제품’을 사야 했지만 혹시나 아이가 적응하지 못할까봐 할 수 없이 비싼 값을 지불했다. 김씨는 “귀국해 몇 달 지내면서 글로벌 브랜드(전 세계에 유통되는 유명 브랜드) 제품 가격이 미국보다 비싼 경우를 많이 발견했다”면서, “한국이 이들 해외 브랜드들의 ‘봉’ 노릇을 하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 각 도시의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상품 가격을 현지화(貨)로 조사한 후, 현지 환율에 맞춰 달러로 환산하고, 제품 용량 등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는 기준 제품에 맞춰 조정했음.

◆뉴욕, 런던, 파리, 도쿄보다 비싼 한국

조선일보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협조를 얻어, 세계 6개 도시 글로벌 브랜드 제품 가격을 조사해본 결과, 조사 대상 8개 제품 거의 대부분 한국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소득 수준이나 유통 비용이 높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의 가격도 우리보다 싼 경우가 많았다. 선진국과 물가수준을 감안하면 한국 소비자들은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구입하는 셈이다.

젊은 부모들이 많이 찾는 분유(씨밀락), 기저귀(하기스)의 국제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둘 다 한국이 가장 비쌌다. 성분이나 용량이 차이가 나겠지만 조사된 가격의 격차는 이 같은 차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한국 이마트에서 2만7900원(29.37달러)에 팔리는 씨밀락 분유 800g 캔 제품은 도쿄의 할인점 이토요카도에서 930g짜리가 1974엔(16.78달러)에 팔리고 있었다.

기저귀 브랜드 하기스의 인기 제품인 ‘뉴 하기스 골드’ 2단계(60개 들이)도 한국 홈플러스에서 2만6400원(27.79달러)이었지만 미국 K마트에서는 42개짜리가 11.49달러(60개로 환산하면 16.41달러)였다. 42개짜리 두 개 가격이 한국 60개짜리 하나보다 싸다.

◆소용량 제품 가격 차 더 커

기호식품 가격도 한국 내 판매 가격이 세계 선두권이었다. 감자스낵 프링글스의 경우 195g짜리가 이마트에서는 2250원(2.37달러)이지만 홍콩 뱅가드 매장에선 14.9홍콩달러(1.92달러)다. 대중 음료인 코카콜라의 경우 한국 대형마트에서는 250㎖짜리 캔을 낱개로 팔지 않고 6개 묶어 2650원 받는다. 한 개 가격으로 환산하면 442원(0.47달러)으로 국제 가격보다 비싸지 않지만 낱개로 파는 편의점 가격은 한 캔에 750원(0.79달러)으로 프랑스 파리 오샹(Auchang) 매장 330㎖짜리 0.35유로(0.44달러)보다 훨씬 비싸다.

건강식품의 가격 차이도 아주 컸다. 센트룸 비타민 제품은 일본보다 두 배 비쌌다. 위스퍼 생리대 역시 대형마트에서 팔지 않아 편의점에서 사야 하는 18개짜리 소포장 제품은 편의점 판매가격이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비쌌다. 40개 이상 든 대용량 포장, 인터넷 쇼핑몰 등을 전전해야 겨우 선진국 수준 가격을 만날 수 있다.

◆왜 한국이 비쌀까

유통 전문가들은 “상품 가격은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글로벌 브랜드의 힘이 강하다”고 말했다. 유아용 분유의 경우, 한국 업체들이 프리미엄급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며 가격을 올리긴 했지만 외국 브랜드는 그 프리미엄급에 ‘무임승차’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제 가격을 단순 비교하는 게 옳지 않다는 항변도 있다. 한국P&G 관계자는 “아무리 같은 제품이라도 각 나라 상황에 따라 가격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광고비, 일반 관리비 등이 각 나라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밖에 없는데 전 세계 가격을 한꺼번에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백운목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브랜드는 처음 고가 전략을 쓰는 경우가 많다”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매출이 늘어나면 가격이 내려가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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