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신`이냐 `연못속 고래`냐

채권시장 産銀 역할 놓고 상반된 평가
  • 등록 2005-05-11 오전 6:30:10

    수정 2005-05-11 오전 6:30:10

[edaily 강종구기자] 국내 채권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산업은행(KDB)의 존재의의는 무엇일까? 시장을 지켜주는 수호신일까 아니면 덩치만 큰 부담스런 존재인가. 채권시장이 고민에 빠졌다. 산은(産銀)이 다른 증권사에서는 문전박대를 당하는 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해 주면서 `수호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너무 커버린 덩치 때문에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상반된 평가를 모두 받고 있어서다. `연못속 고래`라는 핀잔도 나온다. ◇"산은이 채권값만 부풀려"..불만 고조 산은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중 공개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찍히면 곤란하다"는 이유때문이다. 담당하는 일에 따라 평가는 달라진다. 크레딧애널리스트들은 산은 때문에 회사채값이 너무 부풀려져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비싼 값에 채권을 사주고 물량도 너무 많아 품귀현상까지 벌어져 가격교란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자산운용을 업으로 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산은 때문에 물량을 잡을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은근히 `산은 따라하기`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산은이 산 채권을 따라 사서 손해를 본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2월중 순상환을 기록했던 회사채는 3월들어 1조60000억원 순발행됐다. 4월에는 순발행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이나 순발행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유통물량은 여전히 부족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KIS채권평가는 "회사채 발행잔액이 지난해말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유통시장은 지난해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여전히 낮은 유통량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용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채권시장에 풀린 회사채 물량은 발행통계보다 35% 정도 적다"며 "3~4월 순발행 규모가 외형상 커졌지만 1~4월 발행물량중 30% 정도를 산은이 인수했고 일부 증권사가 개인소매 매출용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발행시장 특징은 기업의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회사채 발행 금리를 낮추고, 다시 유통시장도 이러한 발행금리로 낮아지는 가격형성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통채권 싹쓸이..시체처리 전담반 핀잔도 특히 회사채중 산은에 잠겨(?) 있는 물량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분기 회사채 발행물량중 산업은행이 인수한 비중이 40.3%에 달한다. 한국채권평가가 월별로 조사한 결과 3월에는 22.3%, 4월에는 3900억원인 21.6%로 정도가 낮아졌지만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남선 한국채권평가 연구원은 "대우증권이 회사채 인수에 적극 참여하면서 산은 인수비중이 줄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채권평가사 애널리스트는 "산은에 채권이 들어가면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그로 인해 유통물량이 줄어들어 회사채 금리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산은은 과거 회사채시장에서 `수호신` 내지는 `시체전담처리반`이란 소리를 듣기도 했다. 망할 정도의 기업은 아닌데 자금사정이 악화돼 다른 증권사에서는 채권발행이 안되는 기업들이 산은 도움으로 기사회생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정기업의 경우 오로지 산은에서만 채권을 발행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발행금리를 시장가격에 비해 너무 낮게 쳐주는 바람에 발행기업은 좋지만 시장가격과 특정 채권 가격이 따로 노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달초 재정경제부에서는 회사채 시장 발전방안과 관련해 비공식 간담회가 열렸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때 시장전문가들 입에서 처음 나온 얘기는 "산은 좀 말려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산은의 존재로 인한 회사채 가격 교란이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산은 존재의 의의는 그러나 산은을 옹호하는 주장도 만만치는 않다. 이들은 "그것이 바로 산은의 존재의의"라고 맞선다. 김남선 연구원은 "산은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어차피 시장 참여자는 다수이고 비합리적인 사람들이 모인 게 아니다"며 "금리가 다소 세졌다고 볼 수 있지만 왜곡이라고 보기엔 무리"라고 지적했다. 회사채 금리가 하락한 것도 산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시장금리가 워낙 낮아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받으려는 기관투자가들이 회사채에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증권사나 다른 운용기관에 비해 산은이 탁월한 신용분석 능력과 역사를 갖추고 있어 다른 곳에서는 손대지 못하는 채권이라도 취급할 수 있는 여건이 돼 있다는 반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은의 횡포에 대한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산은도 자산운용으로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수호신의 역할만 기대할 수는 없고 시장도 반대급부를 치러야 하지 않겠나"면서도 "그렇지만 저등급 기업도 아닌 A급 이상 기업 채권까지 무더기로 인수하는 처사는 지나치다"고 불만을 토해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누가 왕이 될 상인가
  • 몸풀기
  • 6년 만에 '짠해'
  • 결혼 후 미모 만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