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나쁠 땐 성탄트리가 잘 팔린다"

"주말 쇼핑몰 주차난도 경기부진 증거"
  • 등록 2004-12-23 오전 6:47:24

    수정 2004-12-23 오전 6:47:24

[뉴욕=edaily 안근모특파원] "소비 경기가 좋지 않은 해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잘 팔린다." "쇼핑몰 주차장이 주말에만 유난히 붐비는 것도 경기부진의 증거다." 아는 사람만 아는 미국 소매업계의 이 역설적인 공식이 올해에도 맞아 떨어지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안좋을 때는 푸짐한 선물 대신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로 연말을 때우려하고, 평일 쇼핑을 삼가는 대신 할인행사가 많은 주말을 노리기 때문이다. 기름값이 뛰어올라 미국 소비자들의 연말 주머니사정은 여느해보다 좋지 못하다. 옷가게나 전자제품 양판점은 매출이 기대에 못미치고 마진마저 줄어들어 울상을 짓고 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트리, 특히 생나무 트리는 여느해 보다 잘 팔리고 있다.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크리스마스 트리 농장을 운영하는 로버트 허들러씨는 올 대목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해 생나무 공급은 최근 3년중에 가장 많은 편이었지만, 이미 지난주 이전에 물건이 동나버린 가게가 많다고 말했다. 전에만 해도 팔리지 않고 남은 나무가 늘 있었고, 업자들은 이 나무들을 폐기처분 해야만 했다. NPD그룹의 수석 애널리스트 마샬 코헨은 "올해 소비자들은 성탄 선물을 늘리지 않는 대신 더 큰 트리를 더 많이 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성탄절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해에는 트리를 더욱 중요시하게 된다는 것.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별로 좋지 않다는 의미다. 코헨 애널리스트는 "미국인의 평균 자녀수는 2.3명이기 때문에 선물을 늘리고자 한다면 수백달러를 더 들여야 한다"고 말하고 "반면에 더 큰 트리를 사고 장식을 좀 더 많이 하는데 는 20달러 정도만 더 써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건축 자재 소매업체인 홈디포와 로우스는 한꺼번에 여러개의 트리를 사가는 고객들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방마다 트리를 장식하거나 아이들을 위한 테마트리를 따로 만드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각 가정의 연말 예산이 빠듯해짐에 따라 트리 구매 패턴도 달라졌다. 10년쯤 전부터 인조나무 트리가 생나무 트리를 급속히 대체해 왔지만, 올해 인조 트리 매출은 작년보다 좀 줄었다. 인조트리는 오래 쓸 수 있는 대신 비싼 반면, 생나무는 한번 쓰고 버리는 대신 값이 싸기 때문이다. 주말의 쇼핑몰은 작년보다 더욱 혼잡해졌다. 지난 주말 뉴저지주 쇼트 힐즈 쇼핑몰의 주차장은 98%의 주차율을 기록했다. 일요일 오후에는 주차장 입구에 늘어선 차량행렬이 1∼2 킬로미터나 됐다. 지난 주말 마이애미주 돌핀 쇼핑몰을 찾은 차량 대수도 작년보다 17% 증가했다. 코헨 애널리스트는 "주중에는 한산하던 쇼핑몰 주차장이 주말 아침에는 더 붐비고 있다"면서 "이는 쇼핑객들이 바겐세일을 노리고 있다는 뜻이자, 꼭 필요한 물건만 조금 산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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