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변죽만 울린 공직 이탈 대책

  • 등록 2024-04-08 오전 5:30:00

    수정 2024-06-07 오전 9:15:5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공무원은 인기 있는 직업이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매년 실시하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25~39세 미혼 남녀들은 지난 2020년까지 원하는 배우자의 직업으로 공무원을 첫손에 꼽았다. 그러나 2021년 조사부터는 이 같은 결과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공무원은 더이상 이상적인 배우자의 직업이 아니다. 그 자리를 ‘일반사무직’이 차지했다.

공무원의 달라진 위상은 공무원 시험 경쟁률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국가공무원 7급 공채시험의 경쟁률은 40.4대 1로 4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경쟁률은 21.8대 1로 32년 만에 가장 낮았다. 출세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5급 공개경쟁채용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의 올해 평균 경쟁률도 35.1대 1로 지난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계속 내리막길이다.

그렇다면 공무원의 인기는 왜 이렇게 시들해진 걸까.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월 28일 발간한 ‘신규임용 공무원의 퇴직 증가 문제’ 제하의 보고서에서 신규 임용 공무원의 퇴직 원인으로 △낮은 보수 및 연금 불안 △MZ세대 특성과 경직된 공직 문화 간 괴리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꼽았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실시한 2022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서도 5년 차 미만 공무원들이 이직을 희망하는 이유 1순위로 ‘낮은 보수’(74.1%)를 꼽았다. 이어 과다한 업무, 상하 간 인간관계 등을 이직 원인으로 제시했다.

실제 공무원들의 보수는 민간(중견기업 기준)의 83% 수준일 정도로 낮다. 인사혁신처의 ‘민·관 보수 수준 실태 조사’에 따르면 민간 대비 공무원 임금은 지난 2004년 95.9%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 2022년 83.1%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공무원들의 상명하복에 따른 수직적·위계적 조직문화도 신입 공무원들의 주축인 MZ세대들의 개인주의 성향과 배치된다. 그렇다 보니 공직 이탈률도 자연스레 증가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5년 미만 조기 퇴직자는 지난 2019년 6663명, 2020년 9258명, 2021년 1만693명, 2022년 1만3321명으로 지속 증가 추세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최근 ‘공무원 업무 집중 여건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6급 이하 실무직 공무원 직급 상향, 근속승진 규모 확대, 육아 시간 사용 확대, 긴급 초과근무에 대한 실질적 보상 등 당근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낮은 보수 및 경직된 조직 문화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낮은 보수의 경우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당장 획기적인 인상은 어렵고, 경직된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공무원들의 낮은 보수 및 경직된 조직 문화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방치하다간 정부와 지자체의 우수 인재 확보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는 공무의 부실을 초래하고 그 손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공무원 업무 집중 여건 조성 방안 기사에 “사명감은 장관급으로 바라고 월급은 최저임금보다 조금 나은 정도”라는 댓글이 많은 공감을 받은 이유에 대해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제라도 공무원들의 보수 인상 및 조직 문화 개선이 국가 전반의 운영과 직결된 문제라는 인식하에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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