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정부가 이른바 ‘그림자 세금’으로 불리는 법정부담금 개혁 방안을 내주 발표한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부담금 전수조사를 지시한 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 91개 항목 전체를 원점 검토한 결과다. 사실상 준조세 성격이 강한 데다가 시대 변화와도 맞지 않는 만큼 국민 부담이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세수 감소와 비슷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정부 재정에는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해외로 향하는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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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주 대대적인 규모의 부담금 개편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간 부담금은 평가단 권고 등에 기반해 항목별 소관부처에서 정비가 이뤄졌으나, 이번에는 기재부가 18개 정부부처로부터 부담금 개혁안을 받아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정부 관계자는 “사업과 관계있는 사람에게 걷는 게 아닌 국민 모두에게 직간접적으로 부과하는 부담금 상당수가 수술대에 오를 것”이라며 “2002년 부담금관리기본법 제정 이후 이 정도 규모로 손질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부담금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등이 특정 공익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담금 관리 기본법에 따라 걷는 돈이다. 납부가 의무라는 점에서 세금과 비슷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일상 속에서 모르고 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권을 발급할 때 1만5000원(1년 유효 복수여권 기준) 징수되는 국제교류기여금과 해외여행을 갈 때 1만1000원 출국납부금, 영화관 입장권 가액의 3%가 매겨지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등이 대표적이다.
부담금은 1961년 제도 도입 이후 조세법률주의 같은 통제 없이 징수돼 왔다. 전체 부담금 수는 1960년대 7개에서 2000년대 102개까지 늘었다가 이후 신설·폐지가 이어져 현재 91개가 됐다. 지난해 기재부가 발간한 ‘2024년 부담금운용종합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징수될 예정인 부담금은 24조6157억원으로, 2002년(7조4000억원) 대비 3배 넘게 늘어났다. 이중 86.6%는 중앙정부 기금(18조146억원)과 특별회계(3조2956억원)에 귀속될 예정이다.
다만 세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부담금을 폐지할 경우 정부 재정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해당 부담금이 담당하고 있는 사업도 함께 없애지 않는 이상, 예산 조달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산업통산자원부는 올해 3개 부담금으로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 1조9000억원을, 환경부는 11개 부담금으로 환경개선특별회계 6453억원을 충당할 계획이었다. 전력산업기반기금(3조2028억원)과 국민건강증진기금(2조9264억원),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2조5441억원) 등도 부담금을 통해 귀속되는 중앙정부 기금들이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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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출이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항목은 일반회계에서 재원을 끌어오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의 그림자가 아직 걷히지 않은 데다가, 올해도 법인세 등 주요 세원의 여건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을 거라고 예상되는 상황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부담금을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정비가 어려었던 건 부담금에 다 이유와 용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줄어드는 수입을 어떤 재원으로 마련해야 할지 종합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