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8개월 제1통제관…코로나19 방역 관리 최일선
이기일(58) 차관은 평일·주말 없이 한 주에 3~4곳의 현장을 찾는다.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이 차관은 “주말에도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할 일이 있고 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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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 땐 보건의료정책실장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을 겸임하며 1년 8개월, 복지부 2차관과 중대본 제1통제관을 겸임하며 총 2년 8개월 동안 방역 관리 최일선에 섰다. 밤사이 확진자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확인하고 지역별 대응이 체계적으로 가동되고 있는지를 매일 같이 챙겼다. 세븐(오전 7시출근) 일레븐(오후 11시 퇴근)이 일상이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공무원이 국민께 헌신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공직사회에서 쌓아왔던 것을 펼칠 수 있다는 것에 더 감사했다”며 “가장 명예로운 직무였다. 영원한 제1통제관이고 싶다”고 했다.
이기일 차관은 전천후다. 2차관을 맡아 보건분야를 총괄하다 조규홍 복지부 1차관이 장관으로 영전한 후에는 복지분야를 담당하는 1차관을 맡았다. 보건 복지를 두루 거친 드문 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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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며 일본의 연금 개혁방안을 참고하고자 오른 출장길에서 280페이지에 이르는 관련 보고서를 책자로 만들어 동행하는 기자들에게 열흘 전에 나눠줬다. 아는 만큼 보이니 사전에 준비해 오라는 압박이다. 비행기 출발 2시간 전에 공항에 집결해 함께 한 페이지씩 넘기며 일본의 연금개혁과 노인요양서비스 등의 사례 연구를 재점검했다. 현지에서도 오전 8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쉼없는 일정을 이어가 당시 동행했던 이들과 현지인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복지부에선 사전 조사한 자료를 책자로 만들어 출발 전 공유하는 게 출장 문화로 자리 잡았다. 복지부 출장에 외유성 출장이 끼어들 틈이 없는 이유다.
이 차관은 “역지사지하며 서로의 면을 세워주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신뢰와 진정성을 쌓을 수 있었다”며 “이후 의료계와 협력을 통해 많은 정책적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온화하고 책임감이 강한 리더로 손꼽힌다. 후배가 실수하더라도 “괜찮다. 나머진 내가 하면 된다”라고 말하며 수습한다. 그와 함께 일하면 일은 고되지만 믿고 따르게 된다는 게 후배 공무원들의 전언이다.
지위고하가 분명한 공직사회에서 임명직으로 최고위인 차관까지 올랐지만. 늘 따뜻하게 곁을 내어준다. 행사를 마치고 이동할 때면 공무원들과 같은 차로 이동한다. 해외 출장 후 함께 다녀온 공무원들을 본인 차에 태워 세종까지 이동한 일화는 복지부에서 유명하다.
올해로 공직 생활 31년을 맞은 그의 좌우명은 ‘정성’이다. 무슨 일이든 누구를 만나든 정성을 기울여야 마음이 통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여기에 진실과 성실, 절실이라는 ‘3실’이 그가 공무원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지표로 삼는 길이다. 그에게 앞으로 정성을 더 기울일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저출산 고령화에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준비가 필요하다”며 “이같은 연구에 기여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