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턴, 수요가 공급 앞질러"vs"재고부담 여전, 연말 지나야"

반도체 바닥 다지는 가운데,
자동차·선박 수출 ‘고공행진’
‘상저하고’ 긍정론에 힘 실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여전
반등 시점은 3·4분기로 엇갈려
  • 등록 2023-07-03 오전 5:36:38

    수정 2023-07-03 오전 5:36:38

[이데일리 김형욱 강신우 기자] 지난달 무역수지가 16개월만에 흑자로 돌아서고 수출금액 감소율도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하반기 수출 반등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바닥 다지기에 들어간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자동차·선박 수출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며 ‘상저하고’(上低下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반등 시점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최대 변수인 반도체 수출 반등 시점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빠르면 3분기 중으로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란 예상이 있는 반면, 반도체 업황 회복 지연으로 반등 시점이 연말 이후로 늦춰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지난달 반도체 수출 올 들어 최대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6월 우리나라의 수출액과 수입액은 각각 542억4000만달러, 531억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액 감소율은 6.0%로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수입액 감소폭(-11.7%)이 더 큰 덕분에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작년 3월 이후 16개월 만에 흑자 전환했다.

특히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점차 바닥을 다져가는 모습이다. 6월 반도체 수출액은 89억달러로 올 들어 가장 많았다. 작년 6월 반도체 수출액이 월간 기준 역대 최대(123억5000만달러)였는데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감소 폭(-28.0%)은 올 들어 가장 낮았다.

반도체는 한 때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4분의 1을 도맡았던 최대 수출 품목이었으나, 작년 하반기 글로벌 경기 둔화 직격탄을 맞으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 2월 수출액은 59억7000만달러로 전년대비 42.5% 줄었고,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저 수준인 11.9%까지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지난달 수출 감소율이 크게 둔화하며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반도체업계에선 국제 시세 하락 여파로 수출액은 줄었지만, 수출 물량은 이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전환 시점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 D램(DDR 1Gbx8) 고정가는 6월 1.36달러로 지난 4월 1.45달러 대비 더 떨어졌다. 작년 6월(3.35달러)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 시세를 감안하면 6월 반도체 수출 물량은 전년대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선박 등 다른 품목도 당분간 고공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자동차는 지난달에도 전년대비 58.3% 늘어난 62억3000만달러를 수출했다. 선박 수출도 6월 수출액(24억8000만달러)이 전년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외에도 15대 수출품목 중 일반기계, 철강, 가전, 자동차부품, 이차전지, 양극재 등 7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자동차산업은 하반기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 한국산 대형·고급차 반응이 나쁘지 않고 대중국 전기차 수출도 본격화하고 있어 하반기에도 상반기 수준의 수출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수출 기업들도 3분기 수출 회복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3분기 수출산업 경기전망지수(EBSI)’는 108.7을 기록했다. EBSI는 기업들이 전망한 다음 분기 수출 예상 지표로 기준점(100)보다 높으면 수출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이 더 높다는 뜻이다. 3분기 전망(108.7)은 2분기(90.9) 대비 17.8포인트나 올랐다. EBSI가 100을 넘은 것은 2022년 1분기(115.7) 이후 6개 분기 만이다.
2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협 하반기 수출도 3.1% 감소 전망

다만 아직은 반등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을 펼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수치를 보면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이지만, 아직 신호가 뚜렷하지 않은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 장기화 등 변수도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6월 수출액 감소율이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23억6000만달러)은 전년대비 10.1% 감소했다. 이는 5월 감소율(9.3%)보다도 높은 수치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반등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T기기 수요가 살아나지 않아 반도체 재고는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의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반도체 재고지수는 4월 30% 급등한 데 이어 5월에도 2.7% 상승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전문연구원은 “국제 경기 탓에 수요가 당장 늘어나기 어렵고, 재고도 많이 쌓여 있어 연말까지는 현재의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주요 반도체 기업의 감산 효과는 연말쯤 나타날 것이란 점에서 내년 초가 돼야 수출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6월 무역수지 흑자 전환은 우리 수출에 긍정적 신호로 읽히지만,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도 있다”며 “하반기 반도체와 대(對)중국 수출 등 핵심 변수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현재의 수출 상황을 신중하게 진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하반기 수출도 전년동기대비 3.1% 감소하고, 무역수지는 12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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