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을 경우 2%) 이내로 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정부· 여당은 지난해 9월 이런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냈다. 하지만 국회 논의는 야당의 반대에 막혀 9개월이 지나도록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야당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빚을 내서라도 재정 지출을 계속 늘려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근거에는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재정 모범국이기 때문에 나랏빚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재정은 튼튼할 때 지켜야 한다. 일단 빚더미에 깔리고 나면 다시 헤어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의 예를 봐도 2021년 기준, 재정준칙을 도입한 나라는 105개국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피치,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재정준칙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야당이 포퓰리즘과 정치논리에 매몰돼 재정준칙 도입을 막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처음 꺼낸 쪽이 2020년 10월 문재인 정부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