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연체율이 지난 1분기 말에 1%를 기록했다. 자영업자 연체율이 1%를 넘어선 것은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이다.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도 1033조 7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1019조 8000억원)와 비교하면 불과 3개월 만에 13조 9000억원이나 늘었다.
자영업자 연체율이 급등한 것은 코로나19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다 올 들어 경기가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말 684조 9000억원이었으나 지난 3년간(2020~2022년)335조원(50.9%)이나 늘었다. 연체율 상승 속도도 우려스럽다. 연체율 상승폭을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3분기만 해도 0.06%포인트에 불과했으나 4분기 0.12%포인트, 올 1분기 0.35%포인트로 커지고 있다.
1000조원을 넘어선 자영업자 대출이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급부상하면서 곳곳에서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가장 취약한 지점은 다중채무자들이다. 자영업자 중 3개 이상의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1분기 말 현재 737조 5000억원으로 전체의 71.3%나 된다. 자영업 대출자 10명 중 7명이 다중채무자이며 이들은 이곳저곳에서 빚을 끌어와 ‘돌려막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연체율을 금융권별로 보면 은행권은 0.37%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2금융권은 2.52%로 위험수위를 넘었고 2금융권 중에서도 저축은행은 5.17%까지 치솟았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가 끝나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그동안 빚으로 버텨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물러가고 일상회복이 됐음에도 수출 감소와 소비 부진으로 극심한 불황이 이어지면서 빚감당을 못 하는 자영업자들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취약차주의 연체위험률이 연말에 가면 18.5%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영업자 대출이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뇌관이 되지 않도록 금융 당국은 꼼꼼한 대책을 세워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