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2015년 9월에는 무제한 요금제 허위 광고로 공정위 조사를 받던 통신3사가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당시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구제 차원에서 데이터 쿠폰, 영상통화 등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통신 3사의 동의의결안을 수용했다. 휴대폰 사용자들이 대부분 고액 요금제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졌지만, 추가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확정건 11건 중 8건이 면죄부 논란
내달 7일 열리는 미국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의 ‘거래상 지위남용행위’에 대한 동의의결안 최종 심의를 앞두고 동의의결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피해기업인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피해구제 요구에도 보완없이 브로드컴이 제출한 원안 그대로 상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 봐주기’, ‘면죄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2일 이데일리가 2011년 동의의결제도 도입 후 지금까지 인용된 총 11건의 동의의결 사건을 살펴본 결과, 이중 8건이 피해기업에 대한 구제방안이 미흡하거나 부실해 시민단체, 정치권 등에서 실효성 논란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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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논란은 동의의결제도가 갖고 있는 허점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심사보고서 발송 이후에도 법 위반 혐의 기업들의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주다보니 공정위의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를 본 기업들은 어느 정도 수위의 처분이 나올 지 아는 상태에서 ‘맞춤형 시정안’을 만든다”면서 “공정위의 패를 다 알고 있는 동의의결 신청기업들은 추가 피해 구제방안 요구에 꿈쩍하지 않고, 공정위는 결국 그들의 셀프시정안을 수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울어진 테이블에서 협상이 진행되니 제대로 된 피해구제안을 얻기 어렵고, 의견수렴 반영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개시 이후엔 피해보상 미흡해도 ‘확정’
이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경쟁당국에서 동의의결안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최종 심의 단계에서 기각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EU는 2004년 동의의결 제도를 도입한 후 총 28건의 시장지배적지위남용 사례 중 26건의 동의의결안을 수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인터넷 끼워팔기’, 구글의 온라인 검색 지배력을 이용한 쇼핑 검색 왜곡 등은 다시 사건 심의로 전환해 과징금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공정위는 법 위반시 예상되는 시정조치 수준에 상응하는 시정안을 신청자에게 제시하도록 하고, 이해관계자들에게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신청기업들에게 절대 유리하게 운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적 제재보단 자율 시정을 통한 신속한 거래 질서 개선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의의결 신청기업이 공정위의 제재 수준에 부합하는 자진시정안 제출을 기대한다면 신속하게 사건을 종결하려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리기 힘들 수 있다”면서도 “다만 피해기업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피해구제를 받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는 데도 신청기업의 충분한 보완 조치에 소극적이라면 공정위가 절대 수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