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다소 낯선 땅 오세아니아 폴리네시아 사모아 제도에 위치한 미국령인 아메리칸 사모아는 1990년대 초 원양어선을 탔던 한국인들로부터 육개장사발면을 처음 접했다. 유사한 경쟁 제품들의 도전 속에서도 꾸준히 이름을 알리며 현지 대표 라면으로 자리한 육개장사발면은 인구 단 5만5000여명인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지난해 21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0년(14억4000만원)보다 51.4%나 증가한 수치다.
|
엔데믹 이후 일본 홋카이도에 놀러간 40대 직장인 윤현수(가명) 씨는 현지 최대 할인점 돈키호테를 찾았다. 일본 관광 필수 코스이기도 하거니와 삼양식품이 일본 수출 전용으로 선보인 ‘야키소바불닭볶음면’ 구매가 목표였다. 결과는 ‘실패’. 지난 1월 25일 출시한 지 2주일만에 초도물량 20만개가 완판되며 일본 소비자들도 제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이 제품을 한국 소비자들에게 ‘역직구’ 해주겠다는 이들까지 나타났는데 더 놀라운 건 이런 ‘기묘한 현상’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라불닭볶음면’, ‘커리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등 해외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수출 전용 제품은 해외 각국 현지의 열띤 호응이 국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종종 역직구되고 있다.
|
1일 이데일리가 농심, 오뚜기(007310) 등 국내 라면업체 4사의 잠정실적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을 추산한 결과 수출과 해외법인 매출을 더한 해외 매출이 2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파악됐다.
팔도의 약진도 눈에 띈다. 팔도 러시아법인과 베트남법인의 지난해 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2.9%, 35.6% 증가한 1400억원, 600억원을 기록했다. 다소 규모는 작지만 수출까지 더하면 해외 매출은 2000억원 이상인 셈이다. 상대적으로 내수 의존도가 높은 오뚜기 라면은 지난해 총 매출 3조1833억원 중 라면 해외매출이 1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매운맛’ 앞세우고, ‘K컬쳐’ 지원사격까지
라면업계 관계자들은 기본적으로 K라면의 중독성 있는 매운맛이 전세계인들의 호기심과 입맛을 자극한 점을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여기에 K컬처의 인기가 기폭제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 매출 2조원 시대의 단연 주인공에 ‘사나이 울리는’ 원조 매운맛 신라면과 더 강력해진 매운맛 불닭시리즈가 ‘투톱’으로 꼽힌다.
농심과 삼양식품 양사의 예년 매출 비중으로 고려하면 신라면은 6000억원, 불닭시리즈는 5500억원 수준의 해외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의외의 인기를 끌고 있는 육개장사발면과 함께 도시락도 러시아에서 라면 시장 점유율 60%라는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국내 라면업체들은 K컬처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말 진라면의 모델로 BTS 멤버 진을 선정하면서 올해 해외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였다. 오뚜기 관계자는 “진을 앞세운 진라면의 성과는 올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최근 방영을 시작한 tvN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 후원사로 참여했다. 배우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과 BTS 멤버 뷔가 멕시코에 작은 음식점을 차려 현지인들에게 한국 음식을 알리는 과정을 담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서진이네’가 국내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시청할 수 있어서 해외 소비자들에게 불닭볶음면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