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24시]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한반도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한반도 정세 `강 대 강` 대치 지속
코로나 등 복합위기 속 남북관계 최악…공세적 대남 행동 가능성
北, 올해 `경제우선` 정책으로 전환하면 빠른 정세 완화 기대
  • 등록 2023-02-06 오전 5:01:00

    수정 2023-02-06 오전 5:01:00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반도 정세 완화 기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북한은 지난 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전면적인 압박공세로 “조선반도와 지역의 군사정치정세가 극도의 위험계선에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하고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라는 원칙에 따라 초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정세는 대화 국면에서 대결 국면으로 전환돼 ‘강 대 강’ 대치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에 맞서 자력갱생 노선을 고수하고 빠른 속도로 핵·미사일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북미대결을 제재 대 자력갱생의 장기전으로 규정하고 미국과 ‘정면승부’, ‘정면대결’ 하겠다며 호기를 부리고 있다.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대외정세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이 본격화하고 있으며, 수렁에 빠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도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

복합위기 속에서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남북 모두 ‘힘을 통한 평화’를 내세우고 군사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서로 상대를 ‘주적’과 ‘명백한 적’으로 명명하는 등 남북관계는 ‘대화 없는 대결의 시대’로 회귀했다. 한국은 한미동맹과 확장억제력 강화를 통한 대북 ‘핵억지’에 주력하고,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전략국가)를 내세우고 ‘전쟁주적론’을 펴며 급기야 대남 핵 선제사용 위협을 하고 나섰다.

지난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회를 포함해 41회 70여발의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2020년 6월 대남관계를 ‘대적관계’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 개최한 제8기 제6차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의 기본 중심방향으로 ‘전술핵 다량 생산과 핵탄두 보유량 기하급수적 증대’를 제시했다. 따라서 북한이 다종의 전술핵 탑재 가능 무기를 동원한 공세적인 대남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이 올해 전략노선으로 1960~70년대 속도전과 정치투쟁을 결합했던 방식과 기치를 내세우고 경제에서의 사상전을 예고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북한의 자력갱생 체제 운영으로 올해 북한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북한 당국은 불확실한 경제와 이완되고 있는 사회에 대한 정치·사상적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강 대 강, 정면승부의 대적 투쟁원칙에 따른 대미, 대남 공세와 대내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정세 전환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상황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정세 완화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북한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마치 성곽도시처럼 ‘셀프 봉쇄’를 해오다가 점차 북중교역을 확대하는 등 서서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고 중국에서 시진핑 3기 체제가 출범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경쟁이 숨 고르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미·중 두 대국이 북핵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한반도 문제에 적극 관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중이 한반도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보인다면 북미대화와 남북대화, 기타 다자대화의 여지도 있다.

시진핑 3기 체제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노선을 강화할 경우,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가 돈독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결정적 국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북한이 중국의 국익에 반하는 도발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희망컨대, 지난해 군사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한 북한이 올해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경제우선’ 정책으로 전환을 시도한다면 빠른 정세 완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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