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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미 주식시장을 비롯해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다. 4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던 연준은 지난 14일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폭을 0.5%포인트로 줄여 속도 조절 의지를 내비쳤다. 9~10월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던 ECB 역시 15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빅스텝으로 전환했다. 연준과 발을 맞춰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연준과 ECB는 내년 금리인상을 지속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둔화하고 있지만 예상만큼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종금리 전망치를 현재 금리 상단인 4.5%보다 0.6%포인트 높은 5.1%로 제시하고 “인플레이션이 더 안 좋아진다면 최종금리는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연준 예상대로 통화정책이 흘러갈 경우 내년 주식시장도 올해처럼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연준이 금리를 목표 수준까지 끌어올린 뒤에도 물가를 잡았다는 확신이 들 때까진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빨라야 연말께에나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이는 뒤집어 얘기하면 연준의 목표 금리에 도달하는 내년 상반기 중 어느 시점이 저점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도 문제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더 줄이고, 중국의 가스 수요가 되살아나면 유럽의 에너지 부족 및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 ECB의 금리인상과 맞물려 소비와 투자가 줄고, 기업 실적이 악화하는 등 악순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심리 역시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세계 곳곳의 반정부 시위 등도 투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한편 침체 조짐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미 상무부가 15일 발표한 11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6% 감소했다. 시장 전망치(-0.2%)를 하회한 것은 물론, 작년 12월(-2.0%) 이후 1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 등 연말 쇼핑 대목이 있었음에도 소비(수요)가 금감한 것이다. 미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