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미래학자이자 세계석학인 제러미 리프킨(77)이 위기의 인류를 향해 쏟아낸 경종의 일갈이다. 리프킨은 지난 1일 50개국 동시에 펴낸 신작 ‘회복력 시대’(민음사)에서 효율성만 추구하던 ‘진보의 시대’는 수명을 다했다며 회복력의 시대로 나아가자고 제안한다. 에너지 낭비가 가져올 인류의 재앙을 경고한 저서 ‘엔트로피 법칙’(1989)과 기술 발전이 수많은 실업자를 양산할 것이란 ‘노동의 종말’(1995)을 예견해 왔던 그가 “현재의 세상은 붕괴 직전 상태”라며 꺼낸 새로운 미래 화두가 바로 ‘회복력’인 것이다.
이 책 집필에만 8년을 매달렸다는 리프킨은 최근 국내 언론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지속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위한 통찰로, 문명사의 패러다임(사고) 전환을 선언했다. 리프킨은 “인간은 지금까지 인간이 자연의 지배자인 줄 알았다. 정신 차려야 한다”면서 산업혁명과 자본주의가 지배하던 ‘발전’에서 ‘회복’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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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내로 인류는 전 세계적으로 태양과 바람을, 20년 내 바다를 공유하게 될 것이고 이런 과정을 통해 세계인들은 하나가 될 것입니다.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프라도 2040년쯤이면 회복력 시대의 인프라로 바뀔 거예요. 새로 부상하는 인프라는 기존처럼 수직 분산형, 중앙집권형이 아니라 ‘완전 분산’적 형태로,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 될 겁니다.”
리프킨은 압축 성장의 길을 걸어온 한국이 오히려 회복력 측면에서 긍정적 요소가 많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동양문명이 자연과의 조화, 인간의 자연에 대한 적응을 중요시했다는 강점이 있다”면서 “한국인들은 식민지배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보존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는 것이다. 주변 요소들의 연결고리를 관찰하는 능력,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을 배우며 강인한 문화적 유전자를 갖게 됐다. 바로 그 능력이 협력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앞선 통찰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리프킨은 “나는 시카고 남부의 공립학교에 다니는 특별할 게 없는 학생이었다. 학창시절을 그저 평범하게 보내다가 1960년대에 사회운동에 뛰어들었다. 직업도 없었다”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는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선 애도를 표했다.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도 모두가 놀랐다. 많은 젊은이가 희생됐다. 전 세계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데, 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청년을 향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리프킨은 “정치에 활발하게 참여해야 한다. 거리로 나와 시위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밖으로 나가 자연에서 최대한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으세요. 온라인 속 아바타에 갇혀 실제 발 딛고 있는 지구로부터 분리되는 건 파멸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나 같은 늙은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줄 필요도 없죠. 여러분은 이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