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정점? 이번엔 우유·치즈·계란 줄줄이 오른다

우유 원유가격 협상 앞둬…유제품값 등 인상 요인
고병원성AI·ASF 등 가축전염병 발생에 농가도 비상
농식품부, 선제 비축 등 겨울철 물가 안정 대책 강구
  • 등록 2022-10-14 오전 4:00:00

    수정 2022-10-14 오전 4:00:00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들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아직도 변수가 남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농축수산물 중 채소류 가격이 강세인 상황에서 축산물 물가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우유 원유가격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러 관련 제품 가격이 오를 여지가 크고 가축전염병에 따른 돼지고기·닭고기·계란(달걀) 가격 상승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농산물의 소비자물가 기여도는 0.41%포인트인 반면 축산물(0.10%포인트)의 4배가 넘었다. 배추·무 등 주요 채소류가 전체 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축산물 물가는 지난해만 해도 전년동월대비 두자릿수대 뛰었고 올해 5월에도 12.1% 오른 적이 있지만 이후 7월 6.5%, 8월 3.7%, 9월 3.2%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하지만 최근 축산물 물가 상승 요인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우유의 경우 낙농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미뤄졌던 원유가격 결정을 앞뒀다. 현재 낙농가와 유업체가 이달 15일까지 협상을 마치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원유가격이 오르게 되면 흰우유를 비롯해 치즈 등 유제품과 과자 같은 가공제품까지 줄줄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원유가격은 ℓ당 21원이 올랐으며 흰우유 가격(대형마트 권장소비자가격 기준)은 140원 올랐다. 올해는 원유 ℓ당 인상폭이 50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당초 원유가격 결정 시한인 8월 1일부터 원유가격 인상분을 소급 적용할지 여부도 관건이다. 앞선 두달치 인상분을 낙농가에게 지급할 경우 그만큼 유제품 등 가격 인상 요인은 커지는 셈이다.

가축전염병 발생도 걱정거리다. 농식품부는 지난 12일 충남 천안 봉강천의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보다 2주 가량 빠른 수준으로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2020~2021년 겨울철에는 닭·오리 등 가금농장에서 109건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3000만마리에 가까운 가금을 살처분했다. 이때 계란 공급이 급감하면서 일부 마트에서는 계란 한판 가격이 1만원을 넘는 등 가격이 치솟은 바 있다.

지난 겨울철 고병원성 AI 발생건수는 46건으로 감소하고 살처분 규모도 줄었지만 지금도 계란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조사를 보면 10월 평균 계란 한판 소비자가격은 6505원으로 평년(5588원)보다 1000원 가량 비싼 편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종종 발생하면서 가뜩이나 높은 돼지고기 가격을 자극할지도 우려된다. 올해 10월 삼겹살 100g당 평균 가격은 2750원으로 1월(2501원)보다 약 10% 올랐다. 평년(2135원)보다는 28% 가량 높은 수준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축산물 물가 안정 방안과 관련해 “원유 가격을 결정해도 바로 인상하는 것은 아니어서 이후 유업체 등과 가격 안정 방안과 관련해 협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겨울철 계란값 상승에 대비해서는 선제적인 비축과 신속한 농가 재입식(사육) 지원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구매한 우유와 계란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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