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경우 9월~10월 가을께나 돼야 물가가 고점을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년 10월 3%대 물가상승률이 시작돼 ‘기저효과’가 예견되는 것 외에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연말 러시아가 유럽을 상대로 에너지 전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제품, 서비스 가격에 원가나 임금 상승분이 추가로 전가될 여지가 있는 지 여부도 검토가 필요하다.
힘 받는 미국의 물가 고점설…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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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발표된 기대인플레이션율도 하락했다. 미시건대 조사 향후 5년 기대인플레는 6월 3.1%에서 7월 2.8%로 뚝 떨어졌고 1년 기대인플레 역시 5.3%에서 5.2%로 하락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조사에선 6월 1년 기대인플레가 6.8%로 5월(6.6%)보다 높아졌지만 3년과 5년 기대인플레는 각각 3.9%, 2.9%에서 3.6%, 2.8%로 낮아졌다.
휘발유 값이 하락하면서 7월부턴 장·단기 기대인플레가 모두 하락하는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가 달러에도 반영되고 있다. 기대인플레 하락을 확인하기 전까지 달러인덱스는 108을 넘었으나 24일(현지시간) 106선으로 내려왔다.
가을께 고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하는 가장 확실한 근거는 작년 10월부터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3.2%로 3%대를 찍었다는 점이다. 최소한 기저효과가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물가는 작년 10월부터 올 2월까지 3%대를 기록하다가 3월과 4월 4%대, 5월 5%대, 6월 6%대로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 주요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수록 하락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월 중순 배럴당 120달러를 넘었지만 22일께 94.7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달 들어서만 10% 넘게 하락한 것이다. 구리도 이달 10%대 급락하는 등 넉 달 새 하락하고 주석, 니켈, 알루미늄 등도 하락세다. 옥수수, 대두, 밀 등은 이달에만 10~20%대 급락, 곡물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반면 천연가스만 이달 53% 가까이 급등, 러시아의 유럽 에너지 보복 효과를 톡톡히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이 느끼는 원가 부담 및 제품 가격 상승 기대는 다소 약화됐다. 한은이 조사한 기업심리지수 중 원자재구입가격BSI는 3월 152에서 석달 연속 하락, 6월엔 144로 내려앉았다. 제품판매가격BSI는 4월 119를 찍더니 6월 111로 두 달 연속 떨어졌다. 생산자 물가는 전년동월비로 5월, 6월 모두 9.9%로 13년 8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전월비로는 0.7%, 0.5%로 두 달 연속 상승세가 둔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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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겨울철 난방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유럽을 상대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등 최악의 사태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독일로 가는 노드스트림1을 최근 재가동했지만 천연가스 공급을 감축하기로 해 공급난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천연가스 공급이 석유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국제유가가 또 다시 급등하는 등의 악재가 다시 튀어나올 수 있다.
그동안의 원가 부담이 충분히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전가됐는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수입물가가 6월 전년동월비 33.6%로 전월(36.5%)보다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30%대가 넘는 높은 수준이다. 생산자물가 중 서비스 물가는 6월 3.3%로 넉 달 연속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 외에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증가, 임금 상승 등이 서비스 가격이 반영될 여지도 있다는 우려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금융연구원 세미나에 참석해 “기업들이 원자재를 6개월, 1년 정도 확보하고 있는데 (최근 만난) 음식료 업체 대표가 지금까지는 그동안 확보한 원자재들이 있어서 아직까지는 제대로 된 가격 전가를 (못 했는데) 추석 이후가 더 걱정”이라며 “인플레이션이 한 번 더 치솟을 잠재적인 불안 요인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 경우엔 제품 가격 전가 자체가 수월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기업이 원가 부담을 감수해야 해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