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1000만 개미의 바람 ‘불장’ 다시 지필까

1천만 개미투자자 살리는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 제시
세금 깎고 물적 분할 투자자 보호 투명성 공정성 개선
증시하락에 개미 눈물…새 정부 손수건 건넬 지 관심
  • 등록 2022-03-11 오전 5:05:00

    수정 2022-03-11 오전 5:05:00

[이데일리 이지현 김윤지 김소연 김인경 기자] “정치, 경제가 안정된다면 증시도 쑥쑥 성장하지 않을까요? 개미들이 다시 증시에서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51세 윤지선 씨)

“상장기업들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 제2의 오스템임플란트나 제2의 신라젠이 다시 나오지 않게 해 주세요.”(42세 박준경 씨)

‘윤석열 시대’가 열리며 개인투자자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는 3300선을 넘긴 이후 올해 최고 3600선까지 행진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코스피지수는 2600선으로 주저앉았다. 전문가들도 이 정도까지 내려갈 줄 몰랐다며 수정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의 출범은 증시 분위기 전환 기대를 품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당선인이 ‘1000만 개미투자자를 살리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개미위해 물적분할 문턱 높이고 양도세 폐지

10일 윤석열 당선인의 금융선진화 공약 핵심은 △개인투자자 세제 지원 강화(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주식 물적 분할 요건 강화 및 주주 보호대책 제도화 △내부자 무제한 지분 매도 제한 △불법 공매도 근절 등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가 핵심이다. 각종 도덕적 해이와 과도한 세금부담 등으로 먹구름이 잔뜩 낀 증시 상황을 깨끗이 털어내 주춤하고 있는 큰 손들을 다시 모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우선 증권거래세는 유지하고 주식 양도소득세는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정부는 오는 2023년부터 모든 상장 주식에 대해 연간 5000만원 넘는 양도차익을 거두면 양도세(금융투자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연간 5000만원 이상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과세표준 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 25%의 양도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주식 시장에 큰손이 몰려야 주가가 오른다고 보고 있어 이같은 계획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유동성이 증시로 다시 몰릴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2의 LG화학(051910), 제2의 카카오페이(377300), 제2의 오스템임플란트(048260) 등의 등장도 막겠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알짜 사업부인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지주사 할인’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주당 100만원이 넘었던 주가는 물적분할 이후 이날 장중 49만3500원을 터치하는 등 반토막 난 상황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물적분할, 합병, 영업 양수·양도 등 기업 소유 구조를 변경하는 기업의 경우 매년 5월 발표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존 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해 적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는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윤 당선인은 분할 자회사의 상장을 엄격 제한하고 별도 회사로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 강제력 높은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지난해 연말 카카오페이 류영준 전 대표 등 회사 경영진 8명은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으로 받은 주식 900억원 어치를 단체로 팔아치워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주가는 곤두박질쳐 지난해 11월 말 24만8500원이었던 것이 11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13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건으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윤 당선인은 내부자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대량으로 장내 매도해 일반주주가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제도를 손질할 계획이다. 또 회계와 공시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미공개 정보이용, 주가조작 등 증권범죄의 수사 및 처벌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개편해 제재의 실효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글로벌 변동성 여전…새정부 효과 ‘미미’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과거 한국 대선 1년 후 코스피는 상승 우위를 나타냈다. 1981년 이후 총 8번 대선 가운데 1997~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을 제외하면 대선 1년 후 상승했다. 또 대선 전 3개월 주가는 선거 불확실성으로 부진하고 6개월 후엔 하락하는 경우도 상당히 있었지만, 그 이후 증시는 상승했다.

특히 이번엔 원전이나 건설관련 주의 주가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정혜영 KB증권 연구원은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취소됐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즉시 재개하고 원전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며 “정책 변화 규모가 원자력 부문이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액주주 보호에 있어서 목소리를 냈으니 이 부분에 있어서 진척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투자 전문가들은 이번엔 상황이 다를 것로 봤다. 윤 당선인이 제시한 제도 개선을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데다 현재 시장은 국내 상황보다 글로벌 변수에 더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어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우려가 도사리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대선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주식시장 강세 재료였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가운데 종전 가능성을 현재로서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선 이후에도 기업이익이나 인플레이션 등 상황에 당분간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상승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군사 투입 규모가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때보다 훨씬 크고 원자재 가격이나 자산가격의 버블 정도가 2014년 초반보다는 지금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지정학적 위험에 반응하는 변동성 위험은 더 커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 판단 측면에서 선제적 대응보다 진행상황을 파악하고 확인한 후 대응하는 결과 기반 전략의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이 투자하기 좋은 위치라고 말하긴 어려워도 우리 증시가 더 후퇴할 부분은 크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문제를 비롯해 통화정책의 변화는 주목할 부분이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이런 변화가 지금 막 시작된 만큼, 적어도 1년 이상 지속할 것”이라며 “달라진 투자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만큼 경기민감주나 성장주보다는 가치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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