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는 손놓고, 정치인은 끼어들고...갈등 왜 더 키우나

  • 등록 2022-02-22 오전 5:00:00

    수정 2022-02-22 오전 5:00:00

민주노총 택배노조 CJ대한통운 지부의 파업이 오늘로 57일째 이어지고 있다. 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를 불법 점거한 지는 13일째다. 노사 간에 입장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아 끝이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갈등만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회사는 “교섭 대상은 우리가 아니라 대리점 연합회”라면서 엄정한 법집행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회사가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어기고 있다며 다른 택배회사 지부의 동조파업과 전국 위원장 단식 등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노사가 빠른 시일에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노사 당사자끼리 해결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배후에서 노사 양쪽을 상대로 대화에 나서도록 설득하고 있다지만 적극적인 중재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오히려 지난달 24일 국토교통부를 통해 택배업계의 사회적 합의 이행이 양호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해 노조의 반발을 사며 갈등만 키웠다. 이런 가운데 대선 표심을 의식한 정치인들의 직·간접 개입이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추운 겨울에 고생하는 택배노조 관계자분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고 한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농성장에 가서 파업 지지 발언을 했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유세차량을 노조 측에 제공하고 있다.

택배업계 노사갈등의 근본 바탕에는 택배업 특유의 사업구조와 노동 여건으로 인해 택배기사가 과중한 노동에 내몰리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한 택배기사의 잇단 과로사가 중대 현안으로 떠오르자 지난해 정부가 나서서 두 차례에 걸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랬던 정부가 이제 와서는 노사 문제로 치부하고 뒷짐지려 하고 있다.

정부는 중재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아울러 노사 어느 쪽이든 일반 법규와 사회적 합의를 어긴 경우에는 엄격하게 징계해야 한다. 기존 사회적 합의에 빈틈이 있다면 보완하거나 추가 합의를 추진해야 한다. 택배업계 노사갈등은 아직은 일반적 노사문제로 돌릴 일이 아니다. 사회적 합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엄정한 법 집행과 함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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