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빠져야 이긴다는 사람들"…이준석의 일침[說의 정치학]

이준석, 장제원 이어 김용남과 갈등…윤리위 제소도 언급
李, 尹 측근과 경선 때부터 갈등…일부 인사 사퇴하기도
李·尹 담판으로 봉합 반복…이번엔 장기화 양상
  • 등록 2021-12-25 오전 6:00:00

    수정 2021-12-25 오전 6:00:00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중도 하차했다. 당연직인 상임선대위원장과 자청한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 자리를 내놓았다. 선대위 버스에서 하차한 이 대표는 투사로 변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타깃은 선대위로 향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쌓인 울분을 토해내듯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대위를 향해 맹폭을 가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상임선대위원장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사진=국회사진취재단)
이 대표는 장제원 의원을 ‘윤핵관’에 지칭한 데 이어 김용남 선대위 공보특보의 윤리위 제소를 예고했다. 이 대표는 김 특보가 지난 23일 YTN라디오에서 한 발언을 문제로 지적했다. 김 특보는 “이준석 대표가 없던 자리를 신설해서 이핵관(이준석 핵심 관계자) 등 가까운 사람들을 앉혀 한 달에 몇 백만 원씩 지급하고 있다”면서 윤핵관 탓하기 전에 이핵관부터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 대표는 “이상한 방법으로 공격하고 있다”며 “최대 5명까지 별정직 임용한 전임 당대표들과 달리 단 두명만 채용했고 운전도 내가 직접한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다툼은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김 특보가 24일 “당대표에게 내부 총질 그만하라는 취지로 얘기했더니 발끈한다”며 “당대표 정무실장이라는 자리가 언제 생겼는지, 정무실장이 활동비와 수당 등의 명목으로 가져다 쓴 돈 액수부터 밝혀라”고 재공격했다. 이 대표는 곧장 “멀리 가지말고 윤리위 가서 설명하라”고 한 뒤 “정무실장은 봉급이 없고 정무실장은 역할에 따른 직함일 뿐 공식직함은 당대표 특보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대표 특보는 원래 3~4명씩 두는 건데 전 딱 한 명 뒀다”며 “김용남 특보가 정무실장이 얼마 썼는지 알고 있을 리도 만무하고 아는 것 자체가 문제다”고 비꼬았다.

이 대표는 윤핵관의 정체를 폭로하며 선대위와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선대위의 전면 개편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대위의 전면 개편만이 윤핵관의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경선 때부터 윤 후보의 측근들과 잦은 마찰을 빚었다. 지난 8월 이 대표는 입당 후 당 행사 참석을 보이콧 한 윤 후보를 향해 “전당대회 때 (경선) 룰 관련해서 이야기 한 마디도 안 하고, 당에서 오라는 이벤트 하나도 안 빠지고 다 가고 해도 선거 치르는 데 아무 문제 없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러자 윤 후보 측의 정진석 의원이 가두리 양식장으로는 큰 물고기를 키울 수 없다.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르고, 우리 당 후보 가운데는 이미 돌고래로 몸집을 키운 분들이 있다”면서 “후보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하는 것이 당 지도부의 역할”이라고 반박했다. 이른바 ‘멸치·고등어 논란’의 서막이었다.

민영삼 전 국민통합특보는 경선 중 이 대표를 향해 “정권교체 대업 완수를 위해 이 대표는 대표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가서 본인 맘대로 하고 싶은 말 다 하든지 대표직 유지하면서 대선 때까지 묵언수행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해 사퇴하기도 했다.

이 대표와 윤 후보 측 간의 갈등 끝에는 언제나 양측 수장의 만남으로 봉합됐다. 지난 3일 울산회동에서도 그랬다. 다만 이번의 경우는 이전과 다르다. 이 대표는 “윤 후보를 만날 계획이 없다”며 만남 자체를 거부했다. 선대위 복귀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이 대표는 향후 대선에서의 역할론에 “이준석이 빠져야 이긴다고 하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라”며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탓에 이번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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