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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이번 정부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총량만 관리하는 획일적인 금융규제로 젊은층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한 것이다.”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전 금융연구원장)는 최근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중단 사태를 촉발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관리 대책에 대해 “시장 기능을 생각하지 않은 획일적인 양(量)적 규제로 금융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를 24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경영학장실에서 만나 가계부채에 대해 물었다. 그는 가계부채가 고삐 풀린 듯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나 우려로 자금 과수요가 발생한 탓”이라며 “주택공급 정책이 맞물려야 하는데 금융당국만 고군분투 하다 보니 효과는 별로 없고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획일적인 총량 관리보다는 ‘갚을 능력만큼 빌려라’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통한 선별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금리 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에 대한 총평을 묻는 질문에는 코로나19와 저금리 상황, 자산시장 과열 등을 감안해 ‘B-’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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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신성환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가계부채는 어떤 상황인가. 예전부터 경제 최대 위험이라 해왔다.
-한계 차주 상황은 어떤가.
“얼마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통계(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의하면 소득 1분위(하위20%)의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지난 2분기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6만6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3% 줄었다) 이런 게 미국과 상황이 다른 거다. 미국은 정부 지원금 등을 통해서 가계의 소비여력이 증가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분위, 5분위(상위 20%) 격차가 굉장히 커졌다.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얘기다. 한계 가구 상황은 팬데믹을 통과하면서 악화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물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상태인데 금리가 인상되면 더 어려워진다. 직접적인 이자 부담 상승뿐 아니라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 타격을 줘 2차 부메랑 효과까지 준다.
-정부가 올해 초부터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했는데도 증가세가 가팔라진 이유는 뭔가
“자금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남아 있어서다. 가계대출 증가의 일부는 팬데믹 상황에서 경제활동을 위한 자금일 수 있다. 그렇지만 상당 부분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고 본다.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된다면 과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수요를 조절해야 하는데, DSR 적용 확대와 주택공급 정책이 맞물려야 한다. 지금은 금융당국 혼자 고군분투 하다보니 효과는 별로 없고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당국의 총량 관리가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획일적으로 규제를 하게 되면 직접적인 피해는 실수요자가 본다. 총량관리는 정책당국에서는 쉽다. 은행별로 할당하면 된다. 상당히 규제자 위주의 정책으로, 실수요자의 금융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총량관리는 당국 내부 가이드라인으로만 갖고 있어야 한다.”
-당국은 주담대처럼 특정 대출을 금지하라는 게 아니라, 약속한 총량만 지켜달라는 입장이다.
-당국에서 은행과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내로 줄이라고 권고했다. 자산시장 타격 받을까.
“기본적으로 이번 정부의 가장 큰 실수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으니 절대 투자하지 말라, 절대 집 사지 말라였다.’ 그런데 정부 얘기를 들었던 투자자는 지금 어떻게 됐나. 시장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장의 많은 행위가 정부가 내리는 판단보다 열등하다고 보긴 어렵다. 지금 버블(거품)이기 때문에 투자하지 말라는 판단을 정부가 그렇게 쉽게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자산시장의 버블 판단은 하기 어렵다. 버블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버블이 한순간에 꺼질 것인지도 쉽게 얘기하기 어렵다. 정부 입장에서 자산시장이 붕괴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금융회사 차원에서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신용대출을 엄격하게 하라고 할 수 있지만, 자산시장에 흘러가는 돈줄을 차단하기 위한 금융규제가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결국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금 금리 인상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우선 실물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가지 않았다. 단지 통화당국이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주된 이유는 금융불균형으로 알려졌다. 금리가 굉장히 낮아 자금이 위험자산쪽으로 쏠렸고 대표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는 얘기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가격에 당연히 영향을 주지만, 정부가 원하는 만큼 가격이 안정화될지 의문이다. 부동산 가격은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받는다. 국제 통계를 봐도 부동산 가격 상승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제 지수를 보면 최근 12개월 정도 미국 영국의 주택가격 상승이 우리보다 더 높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피부로 느끼는 부동산 가격 상승은 매우 높은데 우리가 수도권에 살고 있어서다. 통화당국이 수도권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게 적절한지, 적절한 시점인지 의문이다. 통화정책은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금리인상은 최후의 수단이다. 우선 금융당국의 금융건전성 정책으로 노력해봐야 한다. 현 시점의 금리 인상은 경제에 위험요인을 증가시킬 수 있다. 위험관리 차원에서도 금리인상은 신중해야 한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동의하지 않는다.”
신성환 교수는…
△1963년 서울 △서울대 경제학 학사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MIT 경영대학원 재무관리 박사 △세계은행 선임재무역(1998/08 ~ 2001/03) △한국금융연구원장(2015/03 ~ 2018/03)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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