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신분증을 매달고 있는 줄이 왜 빨간색인지 알아? 아나운서는 파란줄이다? 기상캐스터는 언제 잘릴지 몰라 빨간불 들어온 비정규직, 아나운서들은 안전하게 파란불...정직원이란 뜻이지.”
지난 2016년도에 방영한 드라마 질투의 화신 속 생계형 기상캐스터인 표나리 역의 대사이다. 바늘구멍보다 좁은 수 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기상캐스터가 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프리랜서, 비정규직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 엉덩이 뽕을 착용하고 화면에 등장한 표나리는 더 많은 주목과 일감을 위해 몸매를 드러낸 의상을 입는 기상캐스터들에 대해 풍자하는 듯하다.
열악한 지원을 감수해야만 하는 기상캐스터
속옷이 비치고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옷을 입은 기상캐스터들은 종종 논란을 일으킨다. 어째서인지 일기예보를 보려고 티비를 켰지만 기상캐스터의 옷차림에 눈길이 갔던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얼핏 보면 야하다는 느낌까지 드는 기상캐스터들의 의상들. 한국 방송사에서 일하는 기상캐스터들은 언제부터인가 수시로 언급되는 의상의 선정성에 대한 논란 때문에 종종 도마 위에 오른다.
하지만 그런 논란 속에 그들은 남모를 고충도 있다. 기상캐스터들이 입는 의상들은 전부 방송사에서 협찬 받은 것들인데 모두 원사이즈라고 한다.
또 차현주 기상캐스터는 "보통 협찬 의상이 55 사이즈로 한정돼서 자기 몸에 잘 안 맞는데도 옷을 입고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며 "특히 체격이 큰 친구들은 의도치 않게 '몸매를 너무 드러낸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방송 의상조차 제대로 지원 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혹은 비정규직인 기상캐스터들은 이러한 방송사의 열악한 지원에 대해 불평없이 감수해야 한다. 기상캐스터들을 위해 사이즈 별로 의상을 구비해 놓는 것이 그들을 위한 방송사의 배려 아닐까?
더 많은 일감 위해 타이트한 의상 입는 기상캐스터
한편 극히 일부의 기상캐스터들은 몸매가 부각이 되는 의상을 입어야 주목을 받기 때문에 타이트한 의상을 고른다. 기상캐스터들 중 개인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한 박은지 기상캐스터는 스타일리스트를 고용 후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화제가 되면서 점차 일감이 그녀에게 쏠렸고 그 후 기상캐스터들의 옷차림이 과감해진 것이라고 했다. 비정규직인 그들은 이런 식으로라도 화제가 되어 일감을 더 잡으려고 노력한다.
그때부터인지 기상캐스터들은 뛰어난 미모에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여성들이 많이 하는 직업으로 인식되어져왔다. 하지만 날씨 정보를 전달하는 직업으로서 왜 외모와 몸매가 중요한지는 의문이다.
의상논란부터 미인계로 변신한 기상캐스터의 자질론
한 블로그에 '기상캐스터의 현실'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기상캐스터 관련 검색을 하면 그들의 직업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외모나 몸매에 대한 기사들이 훨씬 더 많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기상캐스터, 나이 잊은 미모 공개', '기상캐스터, 비키니 입고 휴가 즐겨' 등 기상캐스터 관련 기사는 온통 외적인 부분에 관한 것들이다.
여성가족부는 이에 대해 전문성을 표현하는 직업이 성상품화가 되는 직업이 되면 안된다며 '과도하게 몸매를 부각하는 의상을 강제하지 말 것' 이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래서 현재는 바지 입은 캐스터들이나 안경을 쓴 아나운서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해외 방송국에서는 나이가 많고 비만형이고 얼굴이 미모가 없어도 활동한다. 이것은 전문적인 영역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 이라며 한국에서도 외모를 통한 성상품화 보다는 기상예보에 관한 진문직종으로 자리잡는데 방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것이 안되는 것은 결국 방송의 기상 예보가 전문적인 내용이나 기상 콘텐츠의 다양성과 깊이가 떨어지기 때문일 것" 이라며 이에 대한 개선과 확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기상도 보도저널리즘이기 때문에 그에 맞게 변화 해야한다" 며 우리나라 기상캐스터들에 대한 인식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