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보상만 기다리고 있던 토지 소유자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개발 대상 지역이라 토지 활용은 물론이고 매매도 자유롭지 못한데다 개발 호재로 인근 땅값이 올라 나중에 보상을 받더라도 인근 지역 땅을 구입하는 대토(代土)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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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보상 자금 마련 못해 잇달아 사업자 지정 취소
부동산 개발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시는 최근 조리읍 봉일천리 일원에서 추진되는 ‘캠프하우즈 주변지역 도시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를 결정하고, 다음주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다. 지난 2009년 티앤티공작이 사업자로 선정됐고 2014년 사업시행 승인을 받았지만 토지보상이 계속 지연되자 파주시가 이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사업시행자가 토지보상이나 공사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능력이 안된다고 판단해 지정을 취소하기로 했다”며 “계속 기다려도 재원 조달이 안되고 시간만 허비할 수 있어 위험 부담을 최소화히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포시에서 진행되고 있던 한강시네폴리스 일반산업단지도 마찬가지다. 김포시와 김포도시공사는 지난 10일 시행사인 한강시네폴리스개발에 사업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2011년 단지계획 승인고시에 이어 2015년 보상계획까지 공고했지만 3년여간 토지보상이 이뤄지지 않자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출로만 사업하겠다”…금융권 자금조달 난항
이처럼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사업 첫 단계인 토지보상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기자본이 없거나 미미한 상태에서 대규모 PF를 통해 자금 조달을 하겠다며 사업자 신청을 했지만 막상 선정된 후 적절한 조건에 돈을 빌려줄 금융사를 찾기가 녹록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개발사업에 대한 리스크가 높은 만큼 금융권은 부동산 PF에 대해 9~11% 수준의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F 대출 요건 중 하나인 건설사의 보증 역시 쉽지 않다. 건설사들이 보증 요건을 까다롭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포 한강시네폴리스 사업의 경우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사업 대상지 중 사유지 70%에 대해 사용승낙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50% 수준에 그치면서 불발됐다.
이렇게 대규모 개발사업이 좌초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면서 토지보상 대상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이들 사업장 모두 2008~2009년 개발행위 허가제한 지역이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10년 이상 개발 제한에 묶인 상황이다. 이도 저도 못하고 토지보상만 기다려온 이들은 또 기약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할 판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하다 좌초되면 재개하기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 걸린다. 특히 해당 지역에 터전을 잡고 살아왔던 이들은 보통 토지보상금을 받아 주변의 땅을 사는데 개발 호재로 인근 땅값이 올라 보상금만으로는 현재 보유한 토지 규모만큼 매입하기 힘들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개발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개발사업 구역 지정 전에 사업자의 자금 조달 계획이나 실현 가능성 등을 좀 더 꼼꼼하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란…
사업자의 신용이나 담보가 아닌 프로젝트 자체의 사업성을 평가해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주로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PF 대출이 이뤄진다.